몇년 전 오랜 시간 망설이다 병원을 찾았다며 내원한 의료소비자가 기억난다. 그는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지만 한눈에 봐도 '팔뚝 때문에 고민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팔뚝이 유독 통통했다. 실제로 팔뚝 지방흡입을 고려하고 있어 상담을 신청했고 여러가지 고민을 토로했다.
팔 때문에 어깨에서 떨어지는 라인이 둔해 보이고, 이렇다보니 실제 체중보다 더 나가 보이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었다. 또 가을철이면 재킷 등 아우터를 입으면 팔이 꽉 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바로 자신의 피부가 얇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갓 서른에 접어들며 피부노화가 시작되며 팔뚝 안쪽이나 얼굴 등이 더 탄력을 잃는 것도 지방흡입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비만클리닉 상담실을 찾아와 이렇게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의료소비자가 있다니 하고 조금 놀랐다.
고민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피부가 얇다보니 지방흡입수술 후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걱정이었다. 두번째는 무엇보다 '주변의 부정적인 사례'가 자신에게 나타날까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가 먼저 팔뚝 지방흡입을 받았는데, 사이즈는 드라마틱하게 줄었지만 수술 2년이 지난 현재도 팔뚝 안쪽이 울퉁불퉁해 민소매는 절대 입지 않는다.
두가지 고민 모두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실제로 피부가 얇은 사람일수록 수술 흔적이 쉽게 드러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또 주변의 사례에 겁을 먹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피부가 얇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 부위가 울퉁불퉁해지거나 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흡입 후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피부 상태보다 무리하거나 과도한 흡입했기 때문에 나타난다. 피부가 얇은 사람은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났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증상이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과도한 지방흡입 후 피부가 우글우글해지는 것은 욕심을 부려 지방을 더 많이 제거하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의료진이 너무 피부 밑과 가까운 곳에서 지방을 흡입할 경우 많이 나타난다. 이런 안타까운 현상은 지방흡입 시술 과정과 연관이 깊다. 지방을 제거하려면 피부 바로 밑에 캐뉼라라는 기다랗고 가느다란 의료용 관을 삽입해 의사가 이를 '스트로킹'(캐뉼라를 앞뒤좌우로 움직이는 동작)함으로써 지방세포를 고르게 없애야 한다.
이때 과욕을 부려 피부 바로 밑까지 지방을 무리하게 제거하거나, 특정 부위의 지방만 과도하게 흡입하면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러운 몸의 선이 무너지고, 심지어 움푹 패여 요철이 생기기도 한다. 피부가 얇은 사람은 피부와 지방을 흡입한 부위가 들러붙는 유착 현상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결국 피부가 얇아서 수술 예후가 나쁜 게 아니라, 무분별한 수술 후 나온 나쁜 결과가 눈에 띄기 쉽다는 의미다.
아름다운 라인을 만드는 지방흡입의 핵심은 지방을 얼마나 남기고 흡입해 사이즈를 줄이느냐다. 물론 '얼마만큼의 지방을 뺐을 때 부작용도 생기지 않으면서 최상의 라인을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의료소비자가 100명이면 100개의 답이 나와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지방의 약 5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를 남기는데, 피부가 얇은 사람이라면 의사가 이런 상황도 고려해 시술해야 한다.
임상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를 잘 파악하지 못해 과도하거나 미진한 흡입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간극을 파악하기까지는 많은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 즉 숙련된 집도의를 만나면 피부가 얇은 사람도 만족스러운 지방흡입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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