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의 장밋빛 미래(?)

[기자수첩]

식품업계가 내년 산업의 전망을 예측하기에 바쁘다. 이달 들어 올해의 결산과 내년 전망을 엿볼 수 있는 대회가 함께 열렸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 발표대회, aT의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가 그것이다.

두 대회에서 모두 강조된 것은 짐작한 대로 온라인과 모바일이다. 1인 가구, 30대 이하, 전문·사무직에 종사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소비를 이끌고 있다.

한 기조강연자는 식품산업을 전망하면서 온-오프라인의 통합과 진화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시장에서 무인매장이 늘어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의 아마존은 아마존고라는 무인매장을 향후 몇 년 안에 수 천 곳을 내겠다고 하고, 중국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기업들이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무인매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AI(인공지능)와 자동화 시스템이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허마센셩 같은, 성공한 IT기업의 생각이 아닐까.

무인매장이 늘어나는 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해 스마트해썹이 적용된 어느 식품회사의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던 것을 중앙컴퓨터가 해결한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공장 관계자는 도입 후 4개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몇 년 전 미국 백악관이 발행한 보고서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주로 저숙련, 저임금, 저학력 노동자라며 자동화가 소수의 기업에게는 부를 가져다 주겠지만, 대다수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해 새로운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래 전 햄버거 매장의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못해 당황해하던 장년층 분들을 본 적이 있다. 주문을 도와주긴 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햄버거도 못 먹겠다고 씁쓸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한 불평등과 새로운 차별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동시대 사회의 대책이 없다면, 무인매장에서 쇼핑 하고 음식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30분 이내에 집까지 신선식품을 배송해 준다고 한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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