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약 먹어도 괜찮을까"…올바른 약물 복용법은?

국내 50%만 계획임신 시행, 약물 복용 중 의도치 않게 임신될 가능성 높아

직장인 유지현(34세, 가명) 씨는 회사에서 업무 중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을 자주 경험한다. 지난달 임신 진단을 받은 유씨는 업무 중 두통이 지속됐지만 임신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하면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돼 두통약을 복용하지 않고 참고 지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유씨는 기침과 고열 등을 동반하는 감기증상이 있을 때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감기약을 복용할 수 밖에 없었다.

유씨의 경우처럼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임신 중 약물 복용은 뱃속의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질환의 경과를 악화시켜 태아나 산모에게 더 안 좋은 예후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14주 이후부터는 약재로 인한 위험 적어

북미나 우리나라의 자료를 보면 약 50% 정도만이 계획임신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임신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한 뒤 그로 인한 기형아 출산 우려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 중 상당수가 임신을 이유로 약재의 복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임신 중 복용하는 모든 약재가 기본적인 태아 기형발생위험률을 심각하게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태아의 기본적인 기형발생위험률은 약 3~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임신 제 1삼분기 이후에는 태아의 기관이 대부분 형성된 시기로, 약재의 투여가 기형발생위험률을 심각하게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시기 이후에는 감기와 같은 질환에 노출됐다면 무조건 참기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하여 필요한 약물을 처방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감기의 경우 그 자체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고열은 태아의 신경관 손상을 비롯한 기형 발생과 조산 위험을 높이는 만큼 의사의 처방에 맞춰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 고열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제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으며 용량은 하루 4000mg 이상을 복용하지 않을 것이 권고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최준식<사진> 교수는 "임신 중 약물 사용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임신 시기나 약물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임신 중 나타나는 오심, 구토, 두통, 변비 등의 여러 신체변화는 안전한 약물 사용을 통해 개선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 제2삼분기 이전이라도 약재 복용해야

임신 제2삼분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약재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임신부들이다. 정신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고혈압과 천식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은 장기간 약재를 복용한 상태이므로, 임의로 약재를 중단 하는 것은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더 나쁜 산과적 예후를 나타낼 수 있다.

임신 전에 약재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임신 중이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약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성분의 약재이라도 복합제제보다는 단일제제가 임신 중 태아 기형발생위험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만성질환자들이 안전하게 임신과 출산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계획임신이다. 임신 준비단계부터 전문가와 적극적인 진료와 상담을 통해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해야 한다. 가령 뇌전증 환자라 하더라도 산전, 임신 중 약재의 선택과 지속적인 산전관리를 통해 90% 이상 정상적인 출산이 가능하다.

최준식 교수는 "건강한 모체에서 건강한 태아가 자랄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 임산부라 하더라도 무조건 약재 복용을 중단하기보다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합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상담을 하는 것이 안전한 임신과 출산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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