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발표하며 사실상 원격의료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원격의료 추진 계획은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추진 방안, 재원 조달 방안, 원격의료 서비스 급여 범위와 지불 방식 선정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준비돼 있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료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의 필요성도 낮고, 준비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은 의료계나 국민 여론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중심이 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계는 해당 제도와 관련해 실효성과 현실성에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정책에 의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소가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원격의료 추진은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노동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와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한데 아직 우리나라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연구소는 "OECD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꼬집었다.
국가별로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나 정책 수립 여부는 상이하고, 재원 조달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국가적인 법안이나 정책이 없다고 해서 원격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고, 국가 정책이 없어도 원격의료가 추진되는 경우는 지역사회 또는 특정기관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다.
국가별로 원격의료와 관련된 정책, 규제, 법률, 보험제도, 의료시스템, ICT 인프라 등이 매우 상이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과를 얻었던 원격의료 관련 연구들은 지역사회 중심이거나 소규모로 이루어진 일시적인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연구소는 "국내에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외국에서 성과를 보인 일부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마치 원격의료 자체가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 양 포장하고, 제도적 준비나 국민과 관련 전문가 집단과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원격의료 추진은 세계적인 흐름을 읽어 여러 분야에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수시로 효과와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원격의료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연구소는 "미국에서 실시간 화상 상담 서비스는 대면 방문을 33% 줄였지만 18개월 동안 전체적으로 보면 원격 진료 및 기존 방문이 80 %이상 늘어났다"며 "원격의료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의료공급자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나아가 의료 역차별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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