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훨씬 습하고 무더운 폭염 기간도 길어질 것이란 올 여름. 숙면을 방해할 열대야 일수도 많을 것으로 예보되는 가운데 온열질환, 냉방병, 식중독 등 특히 주의해야 할 여름철 다발성 질환의 종류와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온열질환(열실신, 열경련, 일사병, 열사병 등)
여름철에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은 매우 다양해서 가볍게는 열실신, 열경련, 일사병과 같은 질환부터 치명적인 열사병까지 나타날 수 있다.
열실신은 폭염 상황에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압이 떨어지고 뇌의 산소 부족으로 실신하거나 현기증이 나며 급성으로 신체적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더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다 느끼면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열경련은 고온 환경에서 강도 높은 신체활동을 할 경우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주로 팔다리 근육이 갑자기 쥐가 난 듯이 수축하면서 심한 통증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열경련은 경련이 발생하면 '몹시 심하다' 정도의 통증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근육 경련은 30초 정도 일어나지만 심할 때에는 2~3분 동안 지속된다"며 ”이런 경우 0.1% 식염수(물 1ℓ에 소금 한 티스푼 정도)를 마시게 하고, 경련이 일어나는 근육을 마사지해 주는 게 좋다. 운동전후 및 운동 중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 소위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조치에도 경련이 지속되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더위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온열 질환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고온의 환경에 노출돼 심부 신체의 온도가 섭씨 37도에서 40도 사이로 상승해 적절한 심박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다행히 중추신경계의 이상까지는 없는 상태이다. 흔히 더운 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햇볕을 쬐었을 때 발생하게 되는데 주로 토할 것 같은 느낌, 어지러움, 구토, 기운 없음, 피로, 두통, 목마름 등을 호소하게 된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이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공간, 운동공간 등에서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유지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열사병에 의해 현기증, 오심, 구토, 두통, 발한정지에 의한 피부 건조, 허탈, 혼수상태, 헛소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다기관 손상 및 중추신경장애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열사병이 ‘지연성 소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사병으로 인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의식 수준 저하나 이상 행동 및 판단력 저하를 보이거나 심하면 혼수상태로 빠질 수 있다. 특히 소뇌의 기능 이상이 제일 먼저 나타날 수 있는데,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손발을 정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떨리듯이 움직이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 환자의 경우 초기 증상이 회복되더라도 면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고, 어지럼증이 다시 발생할 경우에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소뇌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는 판단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는 “ 열사병 환자가 발생한 경우, 우선은 체온을 빠른 시간 내에 떨어뜨려야 심각한 뇌 손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더해 열사병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럼증 증상을 간과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밀한 검사 및 평가를 통해 소뇌의 평형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지연성 뇌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예방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오후시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햇빛과 자외선을 최대한 차단하고 몸에 꽉 끼지 않는 헐렁한 옷으로 체온이 발산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물과 이온 음료 등을 자주 섭취하여 몸에 수분이 충분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술이나 카페인 등의 음료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자주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자주 취해주면서 수분을 섭취해야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위 때문에 탈수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혈액의 점도가 올라가면서 그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이들 환자나 술을 많이 마신 사람, 어린이, 노인, 비만자, 다른 질병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 대뇌기능이나 자율신경계 혹은 심혈관 기능과 수분조절기능에 작용하는 약물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폭염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감기와 증상 비슷한 ‘냉방병’
대표적인 여름 질환으로는 냉방병이 꼽힌다.
여름철, 냉방을 과도하게 하다보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게 되는데, 이런 온도 차이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이 냉방병이다. 여름 날씨가 불러오는 감기로 부르는 이유다. 증상도 감기와 비슷하다.
냉방병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업무 능률 저하와 두통, 피로감 등이 대부분이다. 또한 코와 목이 마르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추운 증상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이나 졸림 증상과 함께 소화불량, 변비, 설사, 복통이 일어난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콧물, 코 막힘, 목 아픔, 눈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 알레르기 증상과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온도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말초혈관이 수축해 얼굴, 손, 발 등이 붓는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냉방기기로 인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는 레지오넬라균이 있는데, 레지오넬라균은 여름과 같이 습하고 온도가 높을 때 에어컨 냉각수에 잘 번식한다”며 “레지오넬라균이 냉각기를 타고 냉방기기의 찬 공기를 통해 실내에 퍼지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서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냉방병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더위를 참고 냉방기기 사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냉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충분히 환기한 다음 휴식을 취한다. 에어컨은 오랜 시간 사용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가동할 때는 실내외 온도차가 5~6℃를 넘지 않게 한다. 또한 2~4시간 간격으로 실내를 환기해 차가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게 하고 습도는 50~60% 수준으로 유지한다. 에어컨 필터는 자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세균 번식을 예방할 수 있다.
△식중독
여름철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 바이러스와 세균의 번식이 왕성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의 90% 이상은 세균성식중독으로 장염비브리오, 황색포도구균, 살모넬라균이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특히 여름철 급증하는 비브리오균은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 균은 많은 어패류들을 감염시키는데 만일 우리가 바닷가에서 채취한 생선이나 조개, 굴 등을 익히지 않고 섭취할 경우 감염돼 식중독에 수 있다.
특히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데 비브리오 패혈증에 의한 사망률은 40-50% 정도로 매우 높아서 조기진단 및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이다. 평균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패혈증을 유발하며 다양한 피부병변과 오한, 발열 등의 전신증상과 설사, 복통, 구토, 하지통증이 동반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경우 일단 감염되면 병의 진행이 매우 빠르고 사망률(60%)이 높아 조기진단 및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가정에서 먹는 물과 음식도 주의해야한다. 상온인 30~35도에서 식중독의 원인균인 병원성 대장균이 급속도로 증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소와 과일은 오염되지 않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육류 등의 음식도 완전히 조리해서 섭취해야한다.
특히 육류를 덜 익혀 먹거나 채소를 대충 씻으면 굉장히 위험하다. 냉동된 육류는 다 녹인 후 조리해야 하며 육류와 달걀은 반드시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채소는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해서 씻은 다음에 바로 먹는 것이 좋고, 바로 섭취하지 않을 경우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10’C 이하 냉장 보관해야 한다.
음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과 식기를 잘 씻는 것이다. 손은 비누에 30초 이상 씻는 것을 추천하며 칼과 도마는 채소와 육류, 어패류 등 용도에 따라서 구분해 교차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한번 조리된 식품은 서로 섞이지 않게 하며 생선과 육류의 수분이 다른 식품에 들어가지 않도록 보관한다.
△수족구병
수족구병(Hand-foot-and-mouth disease)는 흔히 5세 이하의 면역력이 없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에서도 발병 가능한 질환이다. 수족구병은 장(腸)내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주로 생후 6개월에서 6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나타난다.
수족구병은 손, 발, 입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요 증상은 수포이다. 보통 3일에서 5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손바닥, 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 그리고 입안에 수포가 생겨난다. 발열, 설사,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아직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장바이러스의 종류가 70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출 후 소금물 양치 및 손 씻기, 물 끓여 마시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발병 시 대부분 7~10일 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 그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수족구병이 발생하면 되도록 집에서 쉬도록 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주변 환경을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또한, 기침을 할 때는 옷소매 위쪽이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는 기침 예절을 지키고, 환자의 배설물이 묻은 옷 등은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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