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시술 부작용 불러… 엄격한 기준 마련 시급 의료행위로 인정받으려면 학문적 자료 뒷받침돼야 몸 안에 고인 나쁜 피를 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심천 사혈요법’에 대해 보건당국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겠다고 하자, 심천 사혈요법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의학의 치료 효능을 문제 삼는 등 한의계와 ‘사혈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7일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인 박남희씨가 자신의 호를 딴 심천 사혈요법으로 ‘모든 병을 치료한다’고 과대광고하면서 불법 의료강좌와 치료를 해온 심천 사혈요법 연수원 4곳을 고발조치하고 24곳에 대해 행정지도 하는 한편, 박씨에게도 강력한 주의를 주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심천 사혈요법측이 당국의 이러한 행정조치 배후에 한의계가 있다고 보고, 심천사혈요법과 한의학의 치료 효능을 공개된 장소에서 임상으로 입증해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게 했다. ■ 심천-한의계 ‘사혈전쟁’ 심천 사혈요법 창시자로 알려진 박남희씨는 지난달 25일 모 중앙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한의학회는 환자 치료 무능력함을 법과 제도만을 이용해 환자를 확보하려는 행동으로 심천사혈요법 죽이기 하는 행동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한의학회가 환자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심천 사혈요법을 중상모략으로 죽이고 있다”면서 “현재 한의학 치료 효능의 경쟁력은 의료개방이 두려울 정도로 미약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이유로 “현재 한의학은 과거 300년 전 의술의 고정관념이 대부분이고, 그 공부를 하고 합격한 사람만이 한의사가 되고, 같은 내용을 가르칠 자격을 주어지는 반복의 지속 체제는 제도권 의술이 아닌 방법과 새롭게 창출된 발전된 의술은 설자리가 없고 과거 무능력한 의술만 대물림 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의학은 치료 효능이 뛰어난 안전한 의술이고, 심천 사혈요법은 치료 효능이 없고 위험한 의술’이라는 것이 진실이라면, 과학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떤 질병이든 간에 치료가 끝난 3개월 후 약을 먹지 않은 현 상태의 조건으로 한의학과 심천 사혈요법의 치료 효능을 공개된 장소에서 비교해보자”고 정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없다면 한의학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심천 사혈요법 죽이기 중상모략을 당장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올 7월 충남 금산군 남일면 일대에 심천 한방병원을 개원하는 한편, 이 병원을 통해 심천 사혈요법의 과학적 치료 효능 데이터를 뽑아 전 세계 의학계에 발표함으로써 심천사혈요법의 치료 효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사, 한의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등을 모집하는 직원채용 공고까지 버젓이 게재했다. 그는 “심천 사혈요법은 인체 스스로 소멸시키지 못하는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 어혈을 인위적 강제로 빼주어 피의 흐름을 잘 돌게 해서 인체의 본래 기능을 스스로 복원해주는 의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심천 사혈요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박남희를 즉각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발전과 국민건강수호위원회는 심천 사혈요법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해 엄중 규탄하고,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심천 사혈요법의 박남희에 대해 보건당국과 사법당국이 즉각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수위는 그동안 전국 시도지부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심천 사혈요법 연수원의 전국 실태 조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심천 사혈요법 연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준비해왔다. 한수위는 전국적으로 130여 개의 조직망을 구축하고 있는 심천 사혈요법 연수원의 경우 피해자와 사망자가 실제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교묘히 법망을 피하고 행정망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불법의료 교육을 통해 무자격자들이 대대적으로 양산되었으나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해왔다고 주장했다. ■ 무면허 의료행위 성행 이로 인해 정부 부처마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삼는 무자격자들이 때를 만난 듯 활개를 치고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심천 사혈요법은 위험하고, 한의사들이 시술하는 사혈요법은 안전한 것일까. 또 사혈요법은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요법은 모두 사혈침과 부황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피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어혈이 생기고 원인이 어혈성인 경우 어느 정도의 병증에 대한 호전은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선 탁해져 뭉친 피(어혈)를 제거하기 위해 사혈을 한다. 피가 탁해지면 각종 나쁜 찌꺼기들(죽은 피)이 모세혈관에 모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찌꺼기들이 서로 엉겨 붙어 어혈을 만든다. 어혈을 방치하면 통증, 어지러움 등 여러 병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기혈순환을 촉진할 때도 사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어혈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지적한다. 설사 어혈이 있다하더라도 어혈보다 다른 원인이 문제가 되면 다른 것을 치료해야 하는데 단순히 사혈만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혈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은 조직손상, 빈혈, 영양실조, 탈진, 감염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위험하다. ■ 검붉은 피 ‘어혈’ 맞어? 특히 현대의학의 판정기준에 따라 사혈 효과를 입증한 자료는 아직까지 없다. 의료행위로 규정할 만큼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흔히 사람들은 사혈 때 보이는 검붉은 피가 ‘나쁜 피’이고 어혈의 증거라고 믿어 버린다. 또 누군가 ‘사용해 보니 좋더라’ 하면 그것이 효과의 증거인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직에 산소를 넘겨주고 난 피(정맥혈)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침으로 찌르고 부항으로 뽑아낸 피가 모세혈관에 있던 어혈이고 죽은피라면, 그 안에 노폐물과 ‘죽은’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사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현미경으로 모세혈관을 한 번이라도 관찰했는지, 피 속의 노폐물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 결과를 한 번이라도 보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은 그 차이를 분명히 밝힌 연구결과는 아직 없으며, 이론의 유효성을 검증할 방법이 있는데도 학문적 노력은 방치하고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치료 효과의 판단은 몇 사람만의 증언으로 내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여러 관찰자들이 반복적으로 조사해서 같은 결과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사혈요법 확산은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사혈요법을 한방 의료행위에서 아예 빠지게 하든지 아니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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