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오흥권 교수가 권시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과 함께 영화와 문학으로 배우는 의학 이야기 ‘의과대학 인문학 수업’을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는 ‘내러티브 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는 교양 강좌가 개설돼 있다. 질병과 환자와 인간의 관계를 임상 현장과 의학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는 의학적 접근법을 배우는데 영화와 소설 등 문학작품과 실제 의사와 환자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토론을 하거나 시와 에세이를 써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2019년 서울의대 교육상’을 수상할 정도로 의대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서울의대 인기 교양강의로 불리고 있는 이 수업은 환자를 질병의 숙주가 아닌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이해하는 인간적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의과대학 인문학 수업’은 ‘좋은 의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지론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오흥권 교수가 강좌에서 다루었던 19편의 영화를 통해 바라본 질병과 인간에 대한 인문적 담론을 담고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영화 ‘언노운 걸’을 통해 유럽 난민사태와 보건체계를 바라보고 ‘사랑의 기적’과 ‘스틸 앨리스’ 영화로 치매와 자살에 대한 주제를 제 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영화를 통해서는 안락사와 존엄사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영화 ‘겟 아웃’을 인종차별 문제에서 나아가 뇌 이식에 대한 장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생명윤리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재조명 받고 있는 영화 ‘컨테이젼’을 통해 감염병과 백신 개발에 대한 내용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 책은 치매, 감염병, 암과 같은 주제들부터 시작해 난민의 보건체계, 안락사와 존엄사, 앞으로 가속화될지 모르는 인구 자연감소 등에 대해 단지 의학적 지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윤리적·사회적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인문학적 차원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흥권 교수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의학 지식과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를 기계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사려 깊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온전한 의사가 세상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런 면에서 예술과 글의 힘은 매우 위대하고 이 책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에게 앞으로 어떤 의사로 살아가야 할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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