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두 얼굴

[데스크칼럼]

지난해 말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은 사상 유례없는 팬더믹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시아는 물론 북남미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감염환자가 폭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반 첨단 K-방역을 기반으로 잘 잡히던 코로나19는 대구 신천지 교인들이 무더기 감염되는 사태를 맞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병상과 의료진 부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가장 빛난 것은 바로 의료진의 헌신이었다.

전국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고, 정년 후 노후를 보내던 간호사들까지 합세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한다. 겹겹이 쓴 마스크와 두꺼운 방진복, 얼굴 곳곳에 난 상처와 땀으로 얼룩진 그 모습을 어찌 잊겠는가. 국민들은 그런 의료진의 희생에 감사하며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후 몇 달 만에 의사들이 변했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설립, 의사인력 확충안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고, 이에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까지 가세했다.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면서 전공의 휴진율은 80%를 넘어섰다. 의대생은 의사 국가고시를 집단 거부하고 나섰다.

지방병원의 의료진 부족현상이나 의사들의 필수 진료과목 기피 문제를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 생명을 담보하는 의사들의 파업은 어떤 경우라도 지지받지 못한다. 의료진의 힘은 그 어느 곳도 아닌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함께일 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 설문조사 결과 국민 56.6%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지역 내 공공의대 신설을(54.9%) 우선 꼽았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43.9%)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방안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도 ‘지역 공공의료기관 설립 및 강화( 46.4%)’였다.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설립(37.8%)’, ‘지역가산 수가 도입 등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20.0%)’이 뒤를 이었다.

의료계에서 제기한 설문의 공정성 여부는 차치하고, 설문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의사들과 국민들의 온도차는 극명해 보인다. 거기다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 마저 우려되는 엄중한 시기다. 코로나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지금, 의사들이 있을 곳은 바로 진료실이다. 아무리 고쳐 생각한 들 달라지지 않을 원칙이며 명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의·정간의 신속한 타협을 기대한다. 정부는 극한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재논의 가능성도 남겨 놓은 상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당분간 중단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연기한다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이제는 의료계가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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