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5세, 여)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무릎이 심하게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 방문했다. A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퇴행성관절염’. 이미 초기를 넘어서 연골의 상당량이 소실돼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선뜻 수술 날짜를 잡기 망설여졌다. 당뇨병이 있어서 무릎 인공관절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퇴행하거나 손상이 일어나서 염증,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관절을 움직이기 어렵고 연골의 소실과 변화에 의해 운동 시 마찰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노인병 중 하나이며 약물 투여 및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해본 뒤 차도가 없을 때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노화로 인해 닳아 없어진 연골 자리에 인공관절을 삽입해 통증을 줄이고 무릎 관절의 운동 범위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다. 허벅지에 전동 지혈대를 감은 뒤 높은 압력으로 수술 부위를 압박하여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혈대를 사용하는 이유는 수술 과정 중 출혈성 쇼크를 사전에 방지하고 깨끗한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수술 부위의 근육, 신경조직에 산소 공급이 없어 혈관 막힘으로 인한 부종, 다리 저림, 찌릿함을 호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2~3주 안에 서서히 회복되지만 지혈대를 감았던 부위에 피부 괴사, 신경마비 후유증이 남는 사례도 드물게 존재한다. 아울러 지혈대 사용이 수술 후 혈관의 혈전색전증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A씨처럼 당뇨병성 합병증, 척추 수술 병력 등으로 말초혈관 및 말초신경 장애가 있는 경우 혈액순환이 없어 발생하는 수술 후유증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전과정 지혈대를 사용하지 않는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은 혈관을 압박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혈대 착용으로 인한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수술 부위에 피와 산소가 통하는 상태에서 진행하므로 수술 후 부작용, 감염 위험이 적고 허벅지 및 다리 근육의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따라서 비교적 후유증 및 부작용 우려가 큰 당뇨병이나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도 안심하고 진행할 만하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일찍이 시행되어 온 수술법이며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궁윤배 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혈관 하나하나를 지혈하면서 수술해야 하고 지혈대를 사용했을 때보다 시야가 나쁜 만큼 의료진의 역량이 중요하다.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궁윤배 부장은 “마코 로봇 수술의 축적된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7개월 전부터 지혈대를 아예 감지 않는 전과정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해왔다”며 “이미 35례에서 빨라진 재활 속도와 수술 후 통증 회복이 관찰돼 78세 미만 환자가 한쪽 무릎을 수술할 경우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윤배 부장은 “2018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마코 로봇을 활용해 연부조직 손상을 줄이고 뼈의 절제과정이 짧아지면서 지혈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수혈이 필요 없는 수술을 완성시키게 됐다”며 “말기 퇴행성관절염 탓에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데 지병 때문에 부작용과 긴 회복기간이 부담스럽다면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과 함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찾아보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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