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혈우병, 발생 원인과 진단·치료 전략은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 중요…"치료 늦추면 사망률 41%까지 증가"

희귀혈액질환은 일상 생활에서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심이 없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희귀혈액질환 중에서도 혈우병은 대부분 ‘선천성 혈우병’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편이지만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는 ‘후천성 혈우병(Acquired Haemophilia, AH)’이 이런 이유로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후천성 혈우병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중한 질병이지만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한다면 출혈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국내 혈액내과 의료진들이 후천성 혈우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귀울이고 있는 이유다. 

지난 6일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61차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현신영 교수가 “Acquired haemophilia A : current status in Korea and updated treatment recommendations - 후천성 혈우병 A : 국내 현황 및 최신 치료 권고 사항”이라는 주제로 후천성 혈우병 질환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후천성 혈우병은 특정 혈액 응고 인자에 대한 자가 항체가 생성되는 일종의 자가 면역 질환이다. 다양한 응고 인자 중 8번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는 후천성 혈우병 A(Acquired haemophilia A, AHA)가 가장 흔하며, 발생률은 인구 100만 명 당 연간 0.2~1.48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치료를 받는 경우 심각한 출혈로 인한 사망률은 3.3% 정도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은 41%까지 증가한다. 자주 발생하는 연령은 20~30대와 60대 이상이며, 연령 증가에 따라 대체로 유병률도 증가한다. 환자의 50%는 특발성으로, 나머지 50%는 자가 면역 질환, 림프증식 질환, 암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후천성 혈우병 A의 증상은 피부 또는 피하 출혈이 가장 많다. 근육 내 점막 출혈도 흔하고, 혈변이나 혈뇨를 동반하기도 한다. 위장관 출혈 또는 복막 뒤 출혈이 나타나기도 하고 시술이나 수술 과정에서 과다한 출혈을 보이기도 한다.

환자의 70% 이상이 생명을 위협할 만한 중증 출혈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출혈 경향이 없었던 환자에서 갑작스럽게 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혈액응고 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PT)은 정상이지만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aPTT)이 연장되어 있으면 후천성 혈우병 A를 의심해봐야 한다.

유럽의 레지스트리 연구(EACH2)를 보면, 출혈 발생부터 진단까지 3일, aPTT 연장을 알게 된 때부터 진단까지 1일이 소요되었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진단까지 60일 이상 소요될 정도로 편차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혈 발생부터 진단까지 평균 25일, 혈액내과 진료부터 진단까지 9일이 소요되며, 환자들이 출혈 증상 발생 후 여러 의사를 거쳐 혈액내과 전문의를 만난 뒤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후천성 혈우병 A의 최종 진단은 감소된 혈중 8번 응고인자 농도와 8번 응고인자에 대한 자가항체의 확인으로 가능하다.

후천성 혈우병 A의 핵심 치료 전략 2가지는 지혈 요법과 항체 제거를 위한 면역 억제 요법이다. 출혈을 멈추고 응고 인자의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지혈 치료가 진단과 동시에 시작돼야한다. 중증 출혈이 있는 경우 8번 응고인자 활성도나 항체 역가와 무관하게 지혈을 위한 치료를 한다.

피하 출혈만 있는 경우에는 지혈 요법 없이 경과를 관찰할 수도 있다. 항체 역가가 낮더라도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8번 응고인자 활성도나 항체 역가와 무관하게 진단 즉시 면역억제 요법을 시작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후천성 혈우병 A 환자가 고령이고 동반 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면역 억제 요법의 치료 상 이익과 위험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후천성 혈우병 A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중한 질병이다. 그러나,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한다면 출혈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현신영 교수는 "이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이 진단은 늦어지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출혈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후천성 혈우병 관련 검사를 진행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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