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진단·VR로 면회’…스마트병원 구축 속도전

[신년기획 / ‘위드 코로나 시대’ 보건산업 미래]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

  ICT 활용 첨단 시스템 개발 박차

  세계 각국도 원격의료 적극 도입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바이러스 감염 방지와 격리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비대면(언택트) 서비스가 뉴노멀로 대두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의료분야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다.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 진단, 역학·추적 등에서의 기술 혁신이 위기를 기회의 장으로 변화시켰고, 이제 헬스케어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헬스케어 산업 변화

비대면 의료는 전화, 이메일, 전화, 채팅 등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비대면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비대면 의료 세부 범위 안에는 비대면 진료가 있다. 화상진료, 전화진료, 2차 소견, 데이터 판독 등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단순 전화, 화상 통화 등을 넘어 챗봇,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전화상담과 처방 등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이를 통해 원격의료 효과성 입증 및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중점 육성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제도화를 시작으로 비대면 진료의 확대·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의료 서비스, 의약품 택배 배송, 처방전 전송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명지병원 화상진료 모습

의료인력 부족 등 이유로 니즈 높아

특히 국내 의료시장은 인구수에 비해 의료 인력이 부족하며 지역 간의 서비스 차이도 크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큰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790억 달러에서 2020년 206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5년 후인 2025년에는 2500억 달러까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병원들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원격진료 필요성에 공감하며, 모바일 스마트병원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3~4월 문경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첨단정보시스템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해 문경에 있는 환자의 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심박수·호흡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고, 병원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체 환자의 동선을 관리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들도 비대면진료를 위한 스마트병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도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도입했다.

고대의료원은 안암병원 P-HIS 도입을 시작으로 구로병원, 안산병원에 차례로 적용하고 점차 타 병원으로 보급·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명지병원은 보안솔루션 전문기업인 ITX엠투엠과 공동으로 텔레메디신 및 재택의료, 헬스로봇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AI와 보안솔루션을 의료분야에 접목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결할 수 있는 첨단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병협 의료계 최초 비대면 진료 찬성

대한병원협회도 의료계에서는 최초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이 시진, 촉진, 타진, 청진이라는 진료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경우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개원가가 몰락하고 기초 의료 인프라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중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현재 전체 병원의 50% 가까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중국도 5G 기술을 적용하는 등 원격의료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스캐처원주, 온타리오주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소재 스타트업 기업인 킨더아르츠트나우를 통해 하루 12시간 진료 상담을 할 수 있다. 주말 휴일도 원격상담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의료 공공성이 높은 영국도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상을 통한 원격의료는 1%에 불과했지만 지난 상반기 원격의료를 도입한 의료기관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그간 실현하기 어려웠던 비대면 진료가 일정 기간 가능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던 국내 기업들이 자국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5G,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 발전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첫 상장 AI 기업인 제이엘케이는 이번 정부 허가로 AI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헬로헬스를 국내 시장에 서비스할 수 있게 했으며, 미국에서 원격진료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메디히어는 원격화상진료 어플리케이션을 국내 출시했다.

라이프시맨틱스도 정부의 전화진료 허용 시기부터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고 있으며, 레몬헬스케어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케어하는 생활치료센터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원격의료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비트컴퓨터는 전국 5000개 의원에 비대면 진료를 위한 화상진료장비를 제공한다.

비트컴퓨터는 의료정보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0년부터는 원격의료, 원격진료, 원격건강관리서비스 등 비대면의료서비스에 줄곧 연구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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