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정의

[신상엽의 감염병 팬데믹 이야기 (1)]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서 팬데믹의 종식을 바라고 있지만 백신 수급은 원활하지 않고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은 아직 요원하다.

유사 이래로 여러 번 감염병 팬데믹이 있었지만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과거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미래에 도래할 감염병 팬데믹은 또 다른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감염병 유행 분류와 역사에 대해 살피고 미래에 도래할 팬데믹의 특징과 대응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점검해보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경보 단계를 1~6단계로 나눈다. 처음에는 인플루엔자 유행 분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다른 감염병 팬데믹에도 활용되고 있다. 1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감염 단계, 2단계는 동물 간 감염을 넘어 소수에 사람에게도 감염이 발생하는 인수 공통 감염 단계, 3단계는 사람 간 감염이 늘어나는 단계다.

이어서 4단계는 사람 간 감염병 전파가 빠르게 진행돼 감염병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른바 ‘에피데믹(epidemic)’ 단계라고 부른다. 5단계는 복수의 국가에서 해당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이며, 6단계는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으로 이른바 ‘팬데믹(pandemic)’ 단계라고 부른다.

1948년 유엔 산하 기구로 설립된 WHO가 감염병 경보 최종 단계인 6단계에 해당하는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가 사상 세 번째다.
WHO 감염병 경보 4단계에 해당하는 에피데믹은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 2015년 메르스(MERS), 2016년 지카바이러스 유행 등이다.

WHO 감염병 경보 단계에 속하지는 않지만 ‘엔데믹(Endemic)’이라는 유행의 상태도 존재한다.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상태인 에피데믹, 팬데믹과 달리 엔데믹은 특정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풍토병의 유행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유행이 대표적이다.

2005년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IHR)이 개정된 이후 WHO는 팬데믹, 에피데믹 선언과는 별개로 전 세계가 합심해서 대응해야할 심각한 감염병 유행이 발생하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하고 있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감염병 발생 지역에 교역,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각국에 전달되고 국제적인 의료 대응 체계가 꾸려지게 되는데, 지금까지 2009년 신종플루를 시작으로 2014년 야생폴리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8년 에볼라,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에 총 6번 선포됐다.

다음에는 기원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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