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부처의 수급조절정책이 공정거래위반인가

[보건포럼]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그동안 축산단체(가금육생산자단체)에서는 농축산물(가금산업)의 특수성과 농정부처의 수급조절정책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잣대만으로 조사를 진행해 온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결국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결정의 수순만 남겨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나라와 이 정부에서 축산은 찬밥 신세보다도 못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원종계·육계·삼계·오리·토종닭 계열화사업자뿐만 아니라 가금육생산자단체들도 과징금부과와 함께 형사 고발조치가 예정돼 있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계열화사업자와 생산자단체의 경우 막대한 과징금으로 인해 파산에 직면해 있다. 최종적 피해는 축산농민에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가금산업, 축산업 말살정책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공정위는 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공정사회, 사람중심경제로 가는 시장질서의 첨병역할을 자처해왔다. 불행하게도 이번 가금육시장에 대한 과징금 부과방침이 ‘공정’한지에 대해 자문해 보길 바란다.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해 축산농민들의 생존권이 박탈될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농산물의 수요·공급의 비탄력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관련법률을 통해 정부의 농산물 시장개입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축산물수급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온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와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결자해지의 노력이 급선무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민들은 공정위 사태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한 농식품부의 모습을 보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축산법, 농식품부장관 훈령(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운영규정), 축산자조금의 조성과 운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생산자단체와 계열화사업자에게 수급조절정책 이행을 사실상 승인해 왔다. 겉으론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내세우면서 속으론 정부의 축산물수급정책을 지시해온 것이다.

이번 공정위의 무차별적 조사에 대해 법리적·정책적 대응(부처의견 제시와 협의)을 다해야 하는 것이 농식품부의 역할이지만, 지금까지 현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금처럼 농식품부가 복지부동한다면 향후 모든 사태의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FTA와 RCEP 등 개방화정책에 따라 가금육관세철폐, 정부의 고병원성 AI와 관련한 무차별적 살처분과 규제강화 정책,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우리나라 가금산업과 축산농민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만에 하나 이번 사태로 우리 국산 가금육이 담합상품으로 국민에게 인식된다면 국내 가금산업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공정위는 지금이라도 국민필수재인 축산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농식품부 시책에 의한 가금육생산자단체와 계열화사업자들의 수급조절행위를 적법한 행위로 간주하고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우리 축산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축산말살행위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데 국회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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