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감염병 팬데믹 이야기 (7)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2)

일반적으로 감염병이 팬데믹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신종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어야 한다.
둘째,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조기 진단 및 감염병 방역이 어려워야 한다.
넷째,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야 한다.

오늘은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 두 번째 내용으로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나는 감염 경로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1. 병원체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먹어서 발생하는 수인성 감염병
2. 성접촉, 수혈, 출산, 병원에서 환자의 체액 노출과 같은 환자와의 밀접 접촉 시 감염되는 감염병
3. 공기 감염 또는 호흡기 비말과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는 호흡기 감염병
4.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의 매개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

KMI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

1. 수인성 감염병
19세기 이전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먹는 물과 음식에 대한 소독과 위생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A형간염(RNA 바이러스), 장티푸스(세균), 세균성 이질(세균), 콜레라(세균)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이나 에피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상하수도 시설이 갖추어지고 수인성 감염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본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들어 수인성 감염병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었고 치료 방법도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미래에는 수인성 감염병의 산발적인 유행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전세계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

2. 환자와 밀접 접촉 시 감염되는 감염병
성접촉, 수혈, 출산, 병원에서 환자의 체액 노출과 같은 환자와의 밀접 접촉 시 감염되는 감염병도 있다. B형간염(DNA 바이러스), C형간염(RNA 바이러스), HIV감염(RNA 바이러스) 등이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감염병들은 사람 간 밀접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유행 보다는 밀접 접촉하는 사람 간 조용한 전파가 이루어지고 추후 증상이 발생했을 때 뒤늦게 감염이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런 감염병들은 에피데믹이나 팬데믹을 유발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엔데믹’(Endemic) 유행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도 이런 환자와의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병이 전세계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

3. 호흡기 감염병
20세기 이후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 에피데믹과 팬데믹은 호흡기 감염병에 의해 발생했다. 호흡기 감염병은 크게 공기 감염 호흡기 감염병과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공기 감염 호흡기 감염병
공기 감염 호흡기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결핵(세균), 수두(DNA 바이러스), 홍역(RNA 바이러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천연두(DNA 바이러스)가 있다. 공기 감염은 환자가 기침하는 과정 등으로 외부에 나온 병원체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타인이 공기를 흡입할 때 호흡기로 감염되는 전파 경로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병원체를 담고 있는 입자(비말핵)가 5㎛보다 작을 때 가능하며 위험 반경이 넓어 10m 이상 떨어진 사람도 충분히 감염시킬 수 있어 한 사람이 10명 이상도 감염시킬 수 있는 높은 전파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높은 전파력 때문에 사전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유행하게 되면 과거 천연두와 같이 전세계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그런데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공기 감염 호흡기 감염병들은 모두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있거나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이고 실제 19세기 이전 지속적인 팬데믹을 일으켰던 천연두는 결국 효과적인 백신 접종에 의해서 전세계에서 사라졌다. 

미래에도 이런 공기 감염 호흡기 감염병에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백신 접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확진자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인 에피데믹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호흡기 비말의 크기는 5㎛ 이상이며, 기침을 한 번 하면 호흡기 비말이 전방 2m 내에 분사된다. 외부에 노출된 비말 속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이 만져서 입, 눈, 코로 가져오면 접촉에 의해서도 감염되기 때문에 호흡기 비말 흡입과 매개체 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가 된다. 

20세기 이후 거의 대부분의 팬데믹과 에피데믹은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에 의해서 발생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동과 교역이 활발해지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인플루엔자나 감기와 같은 사람 간 감염이 잘 일어나는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은 현대인의 삶에서 일상화되어 같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과 동물이 같이 생활하는 상황에서 사람과 동물 간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이 일어나면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킬 수 있는 신종바이러스가 되어 전세계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도 비말 감염 호흡기 감염병을 유발하는 병원체에 의한 팬데믹 우려가 높다.

4.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의 매개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의 매개체의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은 말라리아(모기), 뎅기열(모기), 지카바이러스 감염증(모기), 쯔쯔가무시병(진드기), 페스트(쥐벼룩) 등이 있다. 이런 매개체들이 옮기는 병원체는 세균, 바이러스 등 다양하다. 19세기 이전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이런 매개체들에 의한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이나 에피데믹이 흔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런 감염병들은 해당 매개체가 있는 지역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전세계를 아우르는 팬데믹이나 에피데믹 보다는 해당 매개체가 있는 지역에서 꾸준히 감염병이 나타나는 엔데믹 형태의 유행이 주로 나타나고 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