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자살률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 국민의 마음 건강을 위한 자살예방프로그램 교육 및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대한의사협회가 유튜브 채널 KMA-TV를 통해 '코로나 우울증'을 주제로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의 좌담회를 공개했다.
이들은 "감염 재난은 죽음이라는 공포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특히 생활치료센터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우울척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굉장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척도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그 비중이 20%가 넘어 올해 3월에는 24%대를 기록했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람이 17%나 되는 등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 재난 사례를 살펴볼 때, 홍콩 사스 사태 당시 홍콩에서는 주변 사람과의 단절,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지속 되면서 자살률이 올라갔고, 일본의 대형 쓰나미 사태 때는 재난 초반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줄어들었다가, 사태가 지난 1~2년 후부터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백종우 교수는 "보통 재난 초기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 속에서 재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금부터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관계가 감소하면서,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10대와 20대, 자원이 적은 장애인, 노인과 1인 가구, 비정규직 여성, 양육과 돌봄부담이 큰 여성 등에게서 코로나 우울이 증가했고, 실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우울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울증을 겪는 개인의 사회·경제 활동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
이들은 "1인 가구나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특히 감염 재난에 취약한데, 그렇기 때문에 지지체계 확보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돼야 한다"며 "또, 조금이라도 정신과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경고 신호' 즉,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변화가 생기거나 뜬금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등 행동을 미리 인지하고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가적 측면에서는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다른 형태의 재난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방역 시스템과 함께 심리적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것이 앞으로 꼭 고려하고 보완돼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어려운 국민들을 위한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종우 교수는 "먼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을 통해 재난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함께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동체 회복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주변 사람들을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불어 의료진을 비롯해 방역과 진료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원장도 "정신과 문턱이 아직 높은 게 현실이다. 다행인 점은 정신과 방문하기 전에 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에 일반 상담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돼 있다는 점이다"며 조금이라도 정신과 증상을 겪을 경우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물치료 및 병원 진료기록에 거부감을 가져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정신과를 방문해도 약물치료가 곧바로 실시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문의와의 상담, 환경적 개입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진료기록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기에 안심하고 병원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마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지금의 상황과 가장 비슷한 장소가 응급실이다.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으로 감정적인 표출을 하는데 이것은 도와달라는 신호다"며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분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