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가 말했다. “환자들이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겨우 5분밖에 안 보냐고, 대충 봐준다고 볼멘소리 하시거든.. 대기하는 환자는 많고 시간은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
이 말을 듣고 치과 의사가 말했다. “우리는 치료 한다고 오랫동안 봐드리면 더 싫어하시고, 5분 만에 치료가 끝나면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하고 가셔.” 우연히 웹 서핑 중 접한 치과관련 유머(라고 하기엔 치과 의사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한 면)이다. 치과 공포증(dental phobia)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치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많다.
보통 치과 공포증은 어린 나이에 매우 힘들고 아픈 치료를 받다가 생긴다. 치과 공포증이 한번 생기면 간단한 치료로 해결이 가능한 질병도 더 심해져,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며 성인기 까지 이어지게 된다.
공포는 구체적인 원인(치과의 경우 통증, 소음, 진동, 냄새 등)이 있고, 무서워하는 대상을 특정 할 수 있다. 반면, 불안은 모호하며, 위험을 예상함으로써 발생되는 걱정, 긴장 등으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포와 불안은 치료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며, 통증에 대한 역치를 더 감소(별로 아프지 않은 것도 더 아프게 느낌)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치과 치료가 무섭다고 하면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국소마취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 대부분의 치과 치료는 아프지 않게 받으실 수 있지만, 치료 중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추가적인 마취를 하고 충분히 기다린 후에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마취는 시작부터 최대한 아프지 않게 하고, 마취가 풀린 뒤에도 아프지 않게 진통제 등을 미리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치료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경우에는, 치료의 과정과 소요되는 시간, 치료의 목적 및 술 후 통증의 정도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치료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장비를 이용하여 진행되고, 생각보다 걱정하고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치료 과정을 견디기 힘든 경우 내원 회수가 1~2회 늘어나더라도, 치료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근무 중인 병원은 수면치료(진정요법)를 시행하고 있어서, 치과 공포증으로 인해 수면치료를 원하시는 분들이 내원하고 계신다. 처음 내원 시 치과 공포증이 생기게 된 이유를 여쭤보고, 치료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대화를 통해 수면치료 없이 치료해 보자고 권해 드리기도 한다. 치료가 잘 끝나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요”, “수면치료 없이 치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환자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공포감은 수면치료(진정요법: 의식 하 진정)나 전신마취를 통해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치과치료의 특성 상 한 번의 내원으로 모든 치료를 완료할 수 없으며, 매번 수면치료를 할 수도 없다. 가급적이면 1시간 이내의 간단한 치료는 의사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치과가 무섭지 않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프지 않을 때 치과에 내원해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다. 질병은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다행히 대부분의 치과 질환(충치, 잇몸질환 등)은 꾸준히 관리하면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기 검진을 통해 아프지 않을 때 내원하시고, 치과에 대한 좋은 기억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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