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맞춤형 관리 성과… 의·정 협력도 성공 열쇠

[2022 신년기획/ 팬데믹 넘는 헬스케어 新패러다임] 만성질환 관리-신창록 한국건강검진학회장(대한내과의사회 부회장)

 

코로나에도 환자 꾸준히 증가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 중요
만성질환 시범사업 성과 높아

20세기 초 전 세계가 소위 ‘스페인독감’으로 팬데믹 공포를 겪은 이후 100여년 만에 다시 엄청난 팬데믹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100년 전에 비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의 도움으로 그 공포감은 몇 십 배 증폭돼 사람들을 극심한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독감도 1~2년 후에 그 위력을 상실한 것으로 돼있고 코로나19도 그 정도 기간 이상은 현재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 속에서 진료실에 앉아 진료를 하고 있는 필자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됐다. 평소에 주를 이루던 위장 질환이나 감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들은 급감해 처방하던 약 이름도 기억에서 가물가물 해진 반면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 환자들의 진료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조금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팬데믹은 일시적이지만 만성질환은 영원하다’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백신 접종과 마스크 쓰기 및 거리두기, 청결유지 정도의 개인관리가 필요하지만 만성질환은 식이, 운동, 금연, 금주 등 여러가지 생활습관에 전방위적인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며 가족력의 유무에 따라 더 강력한 수준의 관리를 요하기도 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만성질환은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고 약물치료 외에 관리 측면에서도 더 철저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WHO는 벌써 10여 년 전에 감염병관리보다 만성질환관리가 국가 보건사업으로 더 중요하다는 선언을 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8년 전부터 국가차원의 만성질환 관리사업을 일차 의료기관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해 왔으며 2022년에는 본 사업 실시를 예정하고 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원격 모니터링을 도입, 시행 중이며 의사와 환자간의 라뽀(Rapport)를 통해 통신 매체나 집단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환자별 맞춤형 관리’를 지향하고 있어 훨씬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기반을 닦아 이것을 일차의료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이어받기 까지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맞춤형 관리 지향 외에 정부와 개원의사들 사이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정 협조와 공동 운영의 틀은 본 사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돼야하며, 추가적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네 가지 각각의 주체는 환자와 의사 그리고 정부와 지역의사회이다.

첫째 환자들의 적극적 참여 의지와 노력이다. 환자 측면의 만성질환 관리에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은 금연이나 금주처럼 웬만한 각오와 노력 없이는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경험한 결과로 보면 의사와 환자의 라뽀가 잘 형성돼 협조 관계가 유지되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단 의사의 조언에 잘 따라주기 위해서 환자의 의지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의사들 역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고 만성질환 환자별 맞춤형 관리에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의료전달 체계 확립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 축소와 의원급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라고 생각된다. 두 가지가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면 나머지 사항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만성질환 관리 대상 질환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정부의 강력한 사업 추진 의지와 과감한 재원 투여가 있어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사업의 운영 주체나 프로토콜이 정권이 바뀜에 따라 변질되기도 하고 예산 배정에 어려움을 겪은 때도 있었다. 본 사업이 시행될 때는 그 본질이 훼손되거나 재정 부족으로 난항을 겪지 않도록 법률적 근거를 확보해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바 있었던 ‘일차의료 특별법’이나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법’ 안을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완성적인 안으로 만들어 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넷째 각 지역의사회 역할의 중요성이다. 8년간의 시범사업에서 지역의사회 단위로 사업 참여 의원들을 모집하고 의사회 내의 자율관리와 동행센터 운영을 시도했던 것도 이사업이 향후 지역 보건관리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 관리 사업은 현재 진료실 내 사업에서, 앞으로는 그 시행 반경을 확장해 지역사회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그 중심에는 지역의사회와 회원들이 자리 매김을 해야 한다.

일차의료 기관과 지역의사회가 그 지역사회 보건의료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만성질환 관리뿐 만 아니라 팬데믹 전염병이 다시 창궐한다고 해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찾을 수 있도록 기원하며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튼튼해져서 다시는 이런 팬데믹 상황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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