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제조 '디지털 백신' 도래… 항원 자체 코딩 유전 정보만 필요

인터넷 공유로 전 세계 생산시설 사용 가능

 단백질을 정제하거나 병원체를 비활성화할 필요 없이 바이러스 등 병원체 항원의 디지털코드(유전자 서열정보)를 인터넷으로 전송해 백신을 개발하는 '디지털 백신'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초고속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디지털 백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최근 '차세대 백신 프론티어, 디지털 백신 시대 도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백신은 수년이 걸리는 전통적인 백신과 다르게 훨씬 빠른 제조를 가능하게 해 백신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백신은 단백질을 정제하거나 병원체를 비활성화 할 필요 없이 바이러스 항원의 '디지털 코드'를 전달하는 mRNA 백신 개발로, 백신학(vaccinology) 및 백신 개발의 르네상스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경을 넘어 위험한 바이러스를 발송하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바이러스성 유전코드 정보를 전 세계에 전송했다. 

아날로그 백신은 발효 및 정제를 통한 단백질 항원 생성을 위해 병원체 분리 또는 재조합 세포주 생성이 필요하다. 이는 복잡하고 긴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디지털 백신은 단백질 항원 자체가 아닌, 항원 자체를 코딩하는 유전 정보만 필요하다. 유전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공유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여러 실험실 및 생산 시설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mRNA 인코딩된 백신은 동일한 제조 공정 및 시설을 여러 백신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은 발견에서 임상까지 10~15년이 걸리지만, 디지털 방식을 적용할 경우 1년 이내 개발도 가능하다. 

기존의 재조합 항원 방식은 다양한 백신의 설계 및 개발을 가능하게 했지만, 각 항원에 대한 새로운 생산 프로세스를 설정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규모 확장 및 제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디지털 백신으로 만들어진 mRNA 백신은 임상 1, 2, 3상의 임상개발을 병행하면서도 안전성과 효능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10개월 이내에 미국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취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백신, 특히 mRNA 백신은 개발 속도와 간단한 제조 등의 장점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백신이 될 것"이라며 "2030년 단백질 항원이 기계학습, 인공지능 및 신경망 분석기술 등을 사용해 설계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실험적 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mRNA 백신은 제형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안정적이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점 등 단점도 있다. 물론 mRNA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적용되었으나 다른 병원체에도 잘 적용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전염병은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 경제 및 자유를 황폐화했지만, mRNA 같은 새로운 백신 기술의 검증뿐만 아니라 백신과 약물이 개발될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래 백신은 현재 코로나19 외 HIV, 말라리아 등 다양한 질환 퇴치를 위한 개발이 가능 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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