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료원 뿌리 '보구녀관', 역사적인 명성 되찾는다

인터뷰/ 김영주 보구녀관 관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영주 보구녀관 관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한국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이 1887년 서울에 설립됐다. 바로 '보구녀관(普救女館)'이다. 고종 황제가 직접 내린 이름으로 '널리 여성을 보호하고 구한다'는 뜻이 담겨있는 보구녀관의 정체성은 1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에 집중,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19세기 말 조선의 여성들에겐 '치료받을 권리'가 존재하지 않을때 '무상진료'를 원칙으로 근대 여성 의료사업에 앞장, 태생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병원으로 시작한 보구녀관은 오는 10월 24일 135주년을 맞는다. 

이에 지난 2020년부터 초대 보구녀관 관장을 맡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김영수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여성대표병원인 보구녀관이 가진 의미와 병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김 관장은 30년 가까이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산과 분야 최일선에서 근무해 온 베테랑이다. 뿐만 아니라 조산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135주년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김영주 관장은 "보구녀관은 미국 감리교 여성해외선교회의 후원으로 조선에 파송된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 여사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여성병원"이라며 "스크랜튼 여사는 남의사에게 직접 진료를 받기 꺼려했던 당시 여성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자 학당 근처에 보구녀관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구녀관은 설립 이래 1년에 3000명이 넘는 여성 환자를 치료하며 국민 건강에 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1900년 한국인 최초의 여성의사 박에스더 배출, 1903년 국내 최초의 간호원양성학교 설립 등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여성 중심으로 산부인과는 '독보적', 차별화 통해 제자리로 

김 관장에 따르면 국내 첫 세쌍둥이가 1930년도에 이화의료원에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인큐베이터 역시 동대문병원에서 국태 최초로 도입했다. 그 정도로 산과와 소아과는 명망높은 병원으로 꼽혔다. 

김 관장은 "저희 병원에 중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색하기는 했지만 '여성 친화적인', '여성중심' 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며 "이에 타락했던 위상들을 이제는 차별화해서 제자리로, 아니 더 높은곳으로 올리려는 노력들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화의료원은 국내 최초 여성병원이라는 뿌리를 이어가고, 세계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여성암병원이다. 2009년 여성암병원을 개원을 했고, 현재 외형 확장에 나서며 도약을 꾀하고 있다. 

여성암병원은 공간이 기존보다 2배 확장되며 별관 4층에만 있던 여성암병원 병동과 시설을 5층까지 확대했다. 4층 진료실이 3개에서 7개로 늘어나며 유방암센터와 갑상선암센터를 분리했다. 5층에는 부인종양센터가 위치하는데 총 3개의 진료실이 운영된다. 

또 국내에서 유방암 수술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가 합류하면서 전문성도 강화했다.

◇여성 건강 혁신 위한 펨테크 컨소시엄 출범 

이 뿐만이 아니다. 이화의료원이 국내 유일의 여자의과대학 부속병원이자 국내 최초의 여성병원으로서 여성 교육과, 진료 연구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김 관장은 "여성과 친화되는 여성중심의 진료나 사업 등을 해보려고 한다. 이 중하나가 '펨테크'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화의료원이 '펨테크'에 키워드가 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펨테크는 여성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 제품, 서비스, 웨어러블, 소프트웨어 등을 말한다. 이화의료원은 여러 분야의 여성건강 기업 및 관련 투자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올해 중 발족, 폭넓은 생태계를 조성해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 관장은 "연구파트에서도 기업과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병원, 기업 간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교수님들의 좋은 기술을 이전할 수 있게하고, 병원이 산업적으로도 중심이 될 수 있게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35년 역사 담은 책 발간도 

올해 '이화의료원 135년사 편찬 위원회 TF'를 구성하고 이화의료원 역사 편찬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보구녀관 설립 135주년을 맞아 '사진으로 보는 이화의료원 135년사'를 발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올 4월 출범한 '이화의료원 135년사 편찬 위원회 TF'는 유경하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김영주 관장, 이자형 이화여대 간호대 명예교수, 임선영 이화의대 동창회 수석부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편찬위원회는 매주 1차례 이상 공부 시간을 갖고, 국내외 역사 자료 및 선교 보고서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 관장은 "이화의료원을 누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호기심을 채우다 보니 조선 여성 인권을 위해 도전한 선교사들의 나눔과 섬김 정신,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동대문부인병원의 의료인의 헌신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이를 연구하다 보니 이화의료원이 나아갈 길과 소명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화의료원 135년사 편찬위원회는 이화의료원을 위해 헌신해 주신 분들을 찾고 숨겨진 역사를 발굴하는 노력을 통해 어려울 때 찾아보는 교과서 같은 역사책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친화병원'은 기본, 특화 발견해 최고병원으로 

지난 1993년 전문의를 취득 후 올해가 30년이 된 김 관장은 "30년을 한결같이 여성을 치료하는 일만 하다보니 보구녀관 역사에서 처럼 이화의료원이 가져야 할 강점은 여성친화적인 병원이어야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료에 중점을 두면서 연구가 중심이 되는 병원으로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도 갖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김 관장은 "여성친화적인 병원만 가지고서는 일등이 될 수 없다. 비뇨기과 등 특화된 것들을 계속 찾아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 이대목동과 서울병원이 잘 어우러져 각각의 특색을 발휘한다면 최고의 병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함께 "내년 30주년을 기반으로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주어진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