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해외여행 감염병에 대한 전반적인 총론을 다뤘다면 이번 시간부터는 각론으로 들어와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말라리아란?>
말라리아는 열원충속(Plasmodium)에 속하는 원충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질환이다.
# 말라리아의 병원체
5가지 열원충이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 : 아열대 및 열대지방 분포하며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삼일열원충(Plasmodium vivax) : 열대열 말라리아보다 증상은 심하지 않으나 지리적으로 가장 넓게 분포하며 국내에서도 발생한다.
-사일열원충(Plasmodium malariae) : 열대열원충과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발생 빈도가 훨씬 낮다.
-난형열원충(Plasmodium ovale) : 아프리카 지역 및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일부 지역에서만 국소적으로 분포한다.
-원숭이열원충(Plasmodium knowlesi) : 최근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에게서 감염이 확인되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한다.
# 말리리아의 전파
대부분 얼룩날개모기 속(genus Anopheles)의 암컷 모기가 인체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드물게 수혈, 장기이식, 주사기 공동사용, 산모에서 태아로의 수직감염에 의해 전파된다.
# 말리리아의 잠복기
-삼일열말라리아 : 단기잠복기 7-20일, 장기잠복기 1년 이상
-열대열말라리아 : 9-14일
-사일열말라리아 : 18-40일
-난형열말라리아 : 12-18일
-원숭이열말라리아 : 11-12일
# 말리리아의 증상 및 경과
초기에는 피곤함, 두통, 열감이 천천히 나타나다가 갑자기 40°C를 넘나드는 열발작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삼일열말라리아 및 난형말라리아에서는 48시간, 사일열말라리아에서는 72시간 주기로 열발작이 나타나며 열대열말라리아는 불규칙적으로 열발작이 지속된다.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삼일열말라리아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되며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열대 및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열대열말라리아의 경우 황달, 혈액응고장애, 간부전, 신부전, 의식장애 등을 동반하는 급성 뇌증이 드물게 발생하며 이 경우 치사율은 15-40%에 달한다.
# 말라리아의 진단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결과가 빨리 나오는 추정검사를 먼저 시행 후 확진검사를 진행한다.
추정검사는 신속진단키트 검사(Rapid Diagnostic Test)로 진행하며 15-20분 내 결과 확인이 가능하지만 말라리아 열원충의 종류를 감별할 수는 없다.
또한 위음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말라리아가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 추가검사 및 확진검사를 진행한다. 확진검사에는 혈액도말검사와 유전자검출검사(PCR)가 있다.
# 말라리아의 치료
여행지에 따라 유행하는 원충과 약물내성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여행력 확인이 중요하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발열과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여행력이 있으면서 발열과 설사가 있으면 말라리아를 반드시 감별진단에 넣어야 한다.
감염된 말라리아의 원충의 종류나 약물내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는 열대열 말라리아로 간주하고 치료한다.
경증 말라리아는 주로 경구약으로 치료하지만, 열대열 말라리아는 갑자기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원칙이며 중증 말라리아는 주사제로 치료해야 한다.
1)클로로퀸(chloroquine) 감수성 삼일열/난형열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클로로퀸(chloroquine) 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사용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프리마퀸(primaquine)을 동시 투여 또는 연속 투여한다.
2)클로로퀸(chloroquine) 저항성 삼일열/난형열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메플로퀸(mefloquine) 또는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Atovaquone-Proguanil) 또는 프리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pyronaridine-artesunate, pyramax®)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프리마퀸(primaquine)을 동시 투여 또는 연속 투여한다.
3)클로로퀸(chloroquine) 저항성 열대열/사일열/원숭이열 말라리아
경증의 경우 치료를 위해 메플로퀸(mefloquine) 또는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atovaquone-proguanil) 또는 프리나리딘-아르테수네이트(pyronaridine-artesunate, pyramax®) 또는 아르테메터-루메판트린(artemether-lumefantrine, coartem®)을 사용할 수 있다.
중증인 경우 퀴닌(quinine), 아르테미시닌(artemismin) 성분의 주사제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며 경구약을 재발 방지를 위해 추가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말라리아의 예방
2021년 10월 '모스퀴릭스(Mosquirix, RTS,S)'가 말라리아 백신으로는 최초로 WHO의 승인을 받았다.
모스퀴릭스는 생후 5개월에서 17개월 사이 유아가 접종 대상으로 감염 예방률은 39%, 중증 예방률은 29% 수준으로 효과가 그리 뛰어나지 않고, 4번 접종이 필요해 접종 장벽도 높아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접종할 수 없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어 효과적인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말라리아 예방약 사용 및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원충과 약물내성에 따라 처방한다.
삼일열/난형열 말라리아 예방 목적으로는 클로로퀸(chloroquine),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프리마퀸(primaquine), 타페노퀸(tafenoquine) 등이 사용된다.
열대열/사일열/원숭이열 말라리아 예방 목적으로는 메플로퀸(mefloquine),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atovaquone/proguanil),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타페노퀸(tafenoquine) 등이 사용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메플로퀸(mefloquine)에 내성인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이 보고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약제를 선택한다.
또한 여행 중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모기기피제와 모기장을 적절히 사용하고 가급적이면 피부 노출이 적은 의복을 착용하고 말라리아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밤에 모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라리아 예방약과 모기기피제에 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가 있으므로 참고하면 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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