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탈모가 2030세대의 고민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영탈모' 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23만명 중 2030세대는 무려 40%를 차지했다.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일상 속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등도 머리를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여성의 경우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탈모가 심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과도한 비만 역시 호르몬 변화를 유발해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이어트로 인한 탈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만이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분비와 영향이 깊다. 안드로겐은 남성 탈모를 일으키는 주된 요소로 꼽힌다.
비만으로 인해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수치가 높은 경우 혈관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두피에도 악영향을 미쳐 모발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 도쿄의대 치대와 도쿄대 연구팀이 생후 22개월 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료를 먹은 쥐에게는 변화가 없었던 반면 고지방 식이를 한 쥐에게서는 탈모 증상이 나타났다. 지방이 많은 음식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모낭의 재생을 차단, 모낭이 비활성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고칼로리, 고지방 위주의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뿐 아니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까지 촉진해 탈모의 원인이 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분비를 부추긴다. DHT는 모발이 자라는 시기인 성장기를 단축시킨다. DHT에 의해 모발이 자라서 빠지기까지 걸리는 성장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모공이 좁아져 흔히 말하는 대머리가 된다.
비만이 탈모에 관여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에 나설 경우 오히려 탈모가 악화될 수 있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다이어트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운 뒤 관리에 나서는 게 유리하며 비만클리닉 등을 찾아 전문가와 함께 식단을 관리하고 살을 찌우는 습관을 제거해 나가는 행동수정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복부, 팔뚝, 허벅지 등에 과도하게 축적된 군살을 제거하는 지방흡입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만과 탈모 두 가지 모두 현대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고민거리다. 체중을 줄여나가면서 머리카락 또한 잃지 않기 위해 검은콩, 두유, 두부, 양질의 살코기 등 단백질을 끼니마다 적정량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만이 탈모를 유발한다고 해서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것은 오히려 머리카락을 빠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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