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라도 '의료공백'은 막아야

[데스크칼럼]

얼마 전만 해도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번엔 간호사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막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이 국민 불안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역 간 협의와 국회의 숙의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

오랜 시간 국회를 표류했던 간호법은 본회의 통과의 기쁨도 잠시, 이제 다시 국회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관계자들은 간호법이 원안대로 다시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간호법은 지난 2005년 처음 발의됐다. 이후 지속적인 논의와 발의에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 2021년 국회 상임위 상정으로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의결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직역 간 갈등 처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잠정 보류된 바 있다.

이번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속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당초 예고했던 17일 총파업을 철회했다. 반면 간호계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의료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됐다.

대한간호협회는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리처방, 채혈, 초음파검사 등 의사의 불법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 의료행위들은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19일에는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과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하고 연차 투쟁에도 나설 예정이다.

간호사들의 반발이 터무니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선 전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실어줬던 대통령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렸으니 억울하기도 할 터다. 하지만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들의 단체행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이다.

정부도 의료공백에 대한 대책 논의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7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진료공백 방지 방안을 점검했다. 응급상황 등에 대비한 비상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진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차관은 '국민 생명과 안전은 정부와 보건의료계가 지켜야 할 최우선가치'라고 강조하며 간호사들이 환자들과 함께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자신과 직역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삼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파업은 그 어떤 형태라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나 나이팅게일 선서를 다시금 되새겨볼 때다.

 


김혜란 편집국장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