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부터 암까지 위험인자로 작용… 삶의 질 '뚝'

[창간 57주년 기획1 / '비만' 잡고 '건강' 찾자]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들

치료 환자수 4년만에 2배 증가
소아청소년 80% 성인비만으로
미용 아닌 질병 치료로 접근해야

 

과거에는 비만을 체형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비만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세계보건기구는 1997년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만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이 무려 38.3%로 나타났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만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17년 1만5000여명에서 2021년 3만여명, 즉 4년 만에 2배로 늘었다.
비만이 심각한 이유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인자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증상인가, 질환인가?

비만은 외상이나 감염질환을 제외하고는 모든 질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뚱뚱한 체형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숨찬 증상, 관절통 등을 유발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심장질환, 뇌졸중, 암, 제2형 당뇨병 등 각종 심각한 질환들의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신과적으로 우울증이나 우울감도 따라올 수 있다. 따라서 비만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질환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만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주로 혈관 동맥경화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에 의한 것으로, 대표적인 예로 뇌졸중, 그리고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들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담석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생리불순, 다낭성 난소 증후군, 불임증, 우울증, 퇴행성 관절염, 통풍과 관련이 있다. 또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각종 암이 생길 위험성도 증가시킨다.

하지만 일부 진료현장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미용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비만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는 비만 진료가 타질환 진료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의료상담수가가 없으며, 지속적인 치료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 약 처방을 시작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비만 현황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비만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므로 비만진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하기 위해 단계적인 비만진료 급여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아·청소년 30% 과체중·비만

소아·청소년 비만도 심각하다.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남자 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은 6.8%에서 2021년 17.5%로 2.6배 증가했다. 여학생도 같은 기간 2.2배 늘었다. 2021년 기준 만 6~18세 소아·청소년의 9.8%가 과체중, 19.3%가 비만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과 달리 단순히 체질량 지수(BMI)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특정 연령에서 BMI로 줄을 세운 뒤 백분위 상위 85% 이상 95% 미만이라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최근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30%가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뚱뚱하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린 학생의 당뇨 합병증 유병률도 같이 늘었다.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소아·청소년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인구 1만명당 2.27명에서 10.08명으로 4.43배 증가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는 성조숙증이나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고, 그 여파가 성인기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어렸을 때부터 비만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고혈압·당뇨병·지방간 등 만성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아청소년의 병적 비만이 늘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 치료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소아청소년 비만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소아청소년은 비만이 아닌 소아청소년에 대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일 가능성이 약 5배 높았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키 성장도 방해한다. 지금 당장은 또래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만으로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면서 성장판이 빨리 닫히고 키가 클 수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말만 믿고 소아청소년 비만을 방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걱정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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