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 증명 어렵고 비급여 전문약 오남용 우려

[창간 57주년 기획2/ 보건산업 '디지털 헬스케어' 바람] 비대면 진료 현황과 문제점

6월 시범사업… 보완책 마련 시급
재진환자 대상·대면진료 보완 불구
'초진도 진료~약처방 가능' 문제로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의료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형태를 말하며, 전화는 물론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진료 형태까지 포함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요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반발 또한 거셌다. 국민 편의성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반면 의료민영화 우려나 오진 위험과 책임소재 불분명 등을 이유로 첨예한 찬반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비대면 진료 시행에 불을 붙인 것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의 확산이었다. 급격하게 확산되는 감염병 시국에서 국민 모두가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신설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는 도서산간지역과 같은 지리적인 의료 사각지대는 물론이고 장애인, 노인 등의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편의성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졌다.

자료: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무려 1419만명이나 된다. 진료 건수도 3786만건에 달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서 소비자 피해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국민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62.3%가 '만족하다'고 답했다. 향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87.9%에 달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일부 의료진들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플랫폼들의 행정처리 덕분에 진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환자가 적은 동네 병·의원도 경영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이와 같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당위성이 전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에서는 오히려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대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 보완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비대면 진료 범위를 재진 환자로 제한했고, 의료 소외지역 등 사각지대 보완 역할도 제시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시작되자, 의료현장은 혼란에 빠졌고 환자 불만도 쏟아졌다. 의료진 대부분은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려운 점을 들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았다.

재진 여부 증명이 쉽지 않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이에 따른 의료진들의 진료 거부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초진임에도 비대면 진료는 물론 비급여 전문약을 처방받는 사례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업체들의 24시간 약배송 서비스 운영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8월까지 시범사업 계도기간이라는 허점을 악용한 경우다. 여기에 탈모치료제나 여드름치료제 등 비급여 전문의약품을 어렵지 않게 구매했다는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문제점의 노정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의료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38개국 가운데 32개국에서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개선이다. 의료계도 비대면 진료를 피할 수만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 배경에는 오진 위험과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상존할뿐만 아니라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소재도 확실하지 않다는 데 있다.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도 이어간다. 비대면 진료법은 진료 범위와 대상을 두고 여야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일단 시범사업부터 시행된 이유다.

보건복지위는 오는 22일 전체회의, 27~29일 법안소위와 비대면 진료법 의결 일정을 논의 중이다. 사임한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 자리에 신동근 의원이 내정되면서 복지위 일정 협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상임위 내 여야 의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비대면 진료법이 소위 안건으로 상정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달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비대면 의료 적용 방안 탐색' 웨비나에서 연자로 참석한 이성호 한림동탄성심병원장은 "원격협진은 의료 인프라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비대면 진료의 확산방안에 대해 전방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 시대에서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비대면 진료는 반드시 필요한 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정부와 학계, 관련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비대면 진료 합법화에 따른 보완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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