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15)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 8편 <렙토스피라증>

지난 시간 <진드기매개뇌염>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렙토스피라증이란?>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Leptospira species) 감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우리나라 감염병 분류 체계상 제3급 법정감염병이다.

# 렙토스피라증의 전파
렙토스피라균은 주로 홍수, 태풍 등의 환경에서 렙토스피라에 감염된 설치류, 개, 말, 소, 돼지 등 대부분의 포유류와 야생동물의 소변을 통해 외부로 배출돼 먼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킨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이후 사람에게 전파는 렙토스피라균에 오염된 물과 토양에 사람의 피부 상처가 닿거나 오염된 물과 음식을 먹을 때 이뤄진다. 감염된 동물에 물려 전파되거나 사람간 전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렙토스피라증의 역학
렙토스피라증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환자가 보고된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발병률과 사망률이 더 높다.

전세계적으로 태풍, 집중 호우, 홍수가 발생했을 때 농작물 피해 방지나 재해 복구 작업 등에 종사한 농부, 군인, 자원봉사자들에게 렙토스피라증이 흔하게 발생한다.

여행 중에는 렙토스피라증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담수에서 수영을 하거나 보트를 타면서 오염된 물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물을 삼키게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해외에서 진흙이 포함된 어드벤처 레이스에 참여하는 것도 여행자의 감염 위험을 높이며, 설치류와 밀접 접촉하는 환경에서 오래 거주하는 경우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 렙토스피라증의 증상 및 경과
렙토스피라증의 잠복기는 5~14일이고, 감염자의 90% 정도는 무증상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초기에는 4~7일 정도 급성 열성 질환 증상이 나타나며 상당수가 이 단계에서 회복된다.

회복되지 못한 경우 1~2일 일시적으로 열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다가 황달, 신부전, 출혈 증상 등을 보이는 웨일씨 병(Weil's disease)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중증 질환으로 진행 시 5~15%가 간부전, 신부전, 호흡부전, 출혈 등으로 사망한다.

# 렙토스피라증의 진단
렙토스피라증이 발생하는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2주 이내에 급성 발열 질환이 나타나면 렙토스피라증을 반드시 감별진단에 넣고 진찰하고 검사해야 한다.

특히 수해 복구에 참여했거나 물에서 이루어지는 액티비티 등의 렙토스피라균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활동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의 진단은 주로 혈청검사와 핵산증폭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 렙토스피라증의 치료
렙토스피라증은 효과적인 항균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렙토스피라증이 의심되면 진단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항균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렙토스피라증의 예방
렙토스피라증 예방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상용화된 백신은 없기 때문에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렙토스피라균에 오염된 물과 토양에 노출을 피하는 것이다.

여행 시 홍수 지역 방문을 삼가고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환경에서의 야영이나 숙박은 피하고, 수해 복구 등으로 위험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경우 보호복, 고무 장갑, 고무 장화를 착용하고 식수나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거나 안전하게 처리해서 먹어야 한다.

아직 충분한 근거가 확립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연구에서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200mg을 경구로 노출 1~2일 전부터 시작해 노출 기간 내내 일주일마다 복용하는 예방적 화학 요법이 렙토스피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확인됐다.

실제로 렙토스피라증 감염 위험이 높은 홍수나 태풍 지역을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에게 이러한 예방적 화학 요법을 적용해 감염 위험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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