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시행 이대론 안된다

[기자수첩]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이하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개정 의료법(제38조의2)이 오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 의료법은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
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수술실 내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등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자는 게 법개정 취지다. 

하지만 모호한 조항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현재 환자와 보호자들은 반기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강력 반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CCTV 촬영으로 인한 수술 술기(노하우) 노출, 성범죄 및 의료과실 오인 등을 우려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결국 두 단체는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인격권 및 사생활 비밀과 자유 침해 발생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고, 만약 이를 재판부에서 인용하게 되면 시행일이 변경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환자단체의 주장이나 "CCTV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진에게 감시장치"라는 의료계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의료인들이 오해 소지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행위를 기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납득할 수 있는 논리다. 이해관계나 가치관이 다른 사회에서 서로 다른 이들의 갈등이촉발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합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법 시행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는 현재까지도 어떤 경우에 촬영이 가능한지를 명
시한 시행규칙은 확정되지 않았고, 영상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담은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시행령에는 병원이 CCTV 촬영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6가지 기준이 포함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 기준이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설치 의무화인 만큼 설치 여부도 법 시행 전에 점검해야 하지만 아직 CCTV 설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완벽한 준비없이 부작용이 먼저 보이는 법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우려가 현실로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리고 제대로 된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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