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비대면진료는 없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문턱을 낮춘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폐기해야 하고, 잘못된 정책이 국민 생명권에 위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와 각과 의사회는 6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재진 기준 조정 △의료취약지역 확대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대상인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 기준을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 대면 진료를 한 적이 있는 환자로 대폭 확대하고, 비대면 진료의 예외 허용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를 추가, 휴일·야간 시간대에는 진료 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이번 발표의 골자이다.
김동석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준비없이 응급으로 시작된 비대면진료가 6월 1일부터 재진 환자에 한해 시범사업의 형태로 전격 시행됐다. 오는 15일부터 초진도 가능하게 확대된다는 발표가 있다"며 "국민건강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 함께 기존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이번 정책에 대해 대개협은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자의 진료는 문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시진과 촉진, 타진 등 기본적인 진료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면진료로는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 증가로 그 피해는 직접 환자에게 돌아가게 되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의료계는 의료계는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된 현재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면 의료사고와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진료는 이미 코로나19로 진단된 환자를 중심으로 증상 완화를 위한 처방만 이뤄졌기 때문에 의료분쟁의 여지가 없었다"며 "대면진료로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며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료는 비대면'이지만 '약은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은 코메디라고 김 회장은 비난했다.
그는 "진료는 비대면이 되고 복약지도는 대면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환자의 편의성을 위한 정책이라면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갈 필요 없이 의사가 약을 주는 선택분업을 시행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흔들린다며 적정 수가조차 못 주는 현실에서 중간유통업자 격인 플랫폼을 만들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삼자를 개입시키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위험하다"며 "중간상이 개입됨으로 인한 비용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며, 의료 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비대면진료를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는 이번 보완방안을 통해 국민의 편의나 민원사항을 앞세워 원칙없이 비대면진료 대상을 일방적으로 확대했다"며 "이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할 때부터 국민과 언론을 대상으로 강조한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 만성질환, 재진 원칙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문제점인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급성기 증상에 대한 불충분한 진찰 때문에 발생할 위험성이 제일 높은데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려다가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책으로 돌변한 것"이라며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의 책임 소재 문제가 야기 되어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역에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수의 40%에 육박하는 98개 시군구에 달하는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극복을 통해 전 세계에 K-의료를 자랑했던 대한민국 정부가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의료취약지역으로 공식화한다면 누가 이를 납득할 지 의문이라는 것.
이들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함과 동시에 비대면 진료의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확대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를 포함한 전국민은 비대면 진료 관련 산업계의 강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여부를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을 거쳐 결정하고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되지 않음을 지침에 명시했다"며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불만과 민원제기 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의료사고의 위험은 오롯이 의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적 명시없는 지침은 단지 하나의 문구일 뿐이니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진료 거부권을 법적으로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의 졸속 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시범사업 확대 방안 폐기를촉구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의료계와의 논의 창구인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한다면 확대된 시범사업 시행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고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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