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이길여 박사와 변상현 학우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사람은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나서 명을 다하고 생을 마감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긴 것도 아니고 오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간사는 개인사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

나는 의과대학을 나와 보건학을 공부해서 대학교수로 일생을 바쳤다. 그러나 동기생의 대부분은 의료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해왔고 지금도 일하는 분이 꽤 있다. 

값진 인생을 뜻있게 사는 역사적 인물로 나는 이길여(李吉女) 박사를 떠올린다.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난 이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인천 길병원을 세워 국민보건에 종사해왔다. 
성남에 있는 사립대학을 흡수해 가천대학교를 만들고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은 물론 여러 단과대학을 갖춘 종합대학으로 키워냈다. 힘들여 모은 사재는 대학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쓰여졌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분이 변상현(邊尙鉉) 학우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했다. 중앙의료원에서 외과학도 전공한 그는 수원에서 외과병원을 열었다. 워낙 실력이 있고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서 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 여세를 몰아 개설한 것이 종합병원인 동수원병원이다. 사람 좋은 그는 수원에 들르는 친구마다 수원 갈빗집으로 데려가 만찬을 베풀었다. 나도 여러 번 그의 대접을 받았다. 
이제 동수원병원은 경기지방에서는 손꼽는 종합병원이 됐다. 그 육성과정에 어려운 일을 말한다면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오래도록 그의 건투를 빈다.

나는 의과대학을 나온 후 의사들이 잘 하지 않는 보건학을 했지만, 동기생 얘기를 하게 되면 반드시 이길여 박사와 변상현 이사장을 내세운다. 세상도 바뀌고 사람도 때가 되면 죽는다. 그러나 이길여 박사와 변상현 이사장은 시대를 초월해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기고 있다. 참 부럽고도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세월이 가면 사람은 가고 그의 업적은 남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기억이 새롭다. 노익장해서 남은 여생도 역사에 남을 일을 더 하시기 바란다. 

옛날에 정치는 실업(實業)이 아니라 허업(虛業이)라고 한 분이 있다. 정치적으로 크게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실업에 충실해서 역사에 남는 분이 되시기 바란다. 인생을 되돌아볼 때 큰일을 하고 실업에 충실해 많은 업적을 남긴 두 분을 오늘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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