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공공복리 위협… 사법부 결정은 끝 아닌 시작"

서울고법 판결에 의협-의대교수들 공동입장 내고 "필수의료 현장 떠나게 만드는 결과"
"진정한 의료개혁 논의 위해 밀실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야" 요구도

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소심 각하·기각 결정과 관련, 의료계가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판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지만, 이 결정은 오히려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정원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보건의료인력 예측을 포함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민들께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오히려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현재 묵묵히 현장에서 진료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된다"며 "이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정부의 증원 추진 과정이 '밀실'이었음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미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100여 차례가 넘는 의견 수렴이 있다면서 회의록은 '2000'이 선포된 그날의 회의록 하나밖에는 제출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자료들은 극비 처리 내지 편집본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다"며 "오로지 발표 당일 한 시간이 채 안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후 단 세 차례만 소집됐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결국 중요 안건을 정부 마음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거수기 모임이라는 것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정원 배정 과정 역시 "이해상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단 5일 만에 끝났다"며 "그리고 교육권 침해를 항의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자, 학교들에 압력을 넣어 강제로 학칙을 개정하게 하고, 최소 수업 일수마저 없애는 농단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들은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와 학교, 학장과 대학본부, 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의학교육 점검의 평가 및 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 공개와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여부, 배정 과정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 일수 변경 여부도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관치 의료를 종식시키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다. 또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