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사회가 당장 주력할 회무는 의사 회원들의 무관심 극복입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의료전문지들의 헤드라인만 읽는다면, 그것이 바로 무관심 극복의 시작일 것입니다."
지난 2월 제31대 충청남도의사회장으로 선출된 이주병 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현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주병 회장은 당장 주력할 회무로 '회원들의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회원들 전반에 깔려있는 대한의사협회 무용론과 수많은 의료악법 통과에서 기인하는 패배주의적 사고를 타파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회원 곁으로 달려가는 회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보다 전체면적이 13배나 더 넓은 충남의 회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회원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고 회원들의 무관심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꼭 해야 할 회무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주요 공약으로 ▲일차의료 살리기 조례 제정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방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 없애기 ▲힘든 환경에서 진료중인 교수 및 전공의를 위해 도차원의 지원 약속 받도록 노력 ▲의사회협동조합을 통한 수익사업 확대 ▲구인ㆍ구직시스템 구축 ▲법률시스템 강화 ▲대출 및 금융지원에 앞장 ▲회원들이 직접 반들고 참여하는 행사 만들기 ▲회원민원 최우선 ▲충남여의사회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활동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중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 없애기'와 관련해선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비급여, 특히 독감백신, 레이저시술 등에 대한 가격덤핑"이라며 "무분별한 가격덤핑을 통해 과도한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제하는 것에 있어서 지역의사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충남의사회 내 각과 개원의협의회를 통해 합리적인 권장 소비자 가격을 매년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각 의료기관에 통보,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도해 과도한 경쟁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충남의사회 내 각과 개원의협의회'는 올해 충남의사회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사회는 시·군·구라는 지역 단위로 분할돼있고, 그 분할에 의한 시·군·구의사회로 회무가 진행되다 보니 각 과의 특색이나 문제점들은 무시되고 있다"며 "지역 의료기관으로 지역보건소, 지역건강보험공단 등의 업무협조나 해결하고 공문이나 전달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탈피하기위해서 개원의협의회를 만들려고 한다"며 "충남의사회 내 각과 개원의협의회를 통해서 각 의료기관들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료 살리기 위해 '인술'만 주장해선 안 된다
정부는 지역의료 회생을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공공의대 설립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베 반해 '지방소멸'을 말하는 시대에 정부와 정치권 주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충남은 인구 감소와 소멸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가장 피부로 와닿는 지역이기도 하다. 충남도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역의사회 수장으로, 지역소멸과 지역의료 회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주병 회장은 "충남의 만 명당 의대 정원은 0.63명(전체133명)으로 전국 평균 0.59명보다 높다"며 "그러나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는 1.54명으로 전국평균인 2.13명 보다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현재의 지역의료 문제가 의대정원수에 있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유지·운영할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라며 "천안에는 삼성SDI, 아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당진에는 현대제철, 서산에는 대산한화화학단지 등 대기업이 있는 도시는 인구 유입도 잘 되고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도 많은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의료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세감면 등의 세제 혜택도 주고, 직원고용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공공기숙사도 건립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막연하게 의대생 수를 늘리고 인술만을 주장하면서 슈바이처만 외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의협에서 '시니어 클럽' 사업의 일환으로 원로의사들이 지방으로 와서 진료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원로의사들이 지방에 내려와 생활하면서 적응하는 것이 무척 힘들 것"이라며 "그보다는 이미 지역을 잘 알고 적응이 된 의사들을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주고,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기관을 개발, 관리해 회원들에게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울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 정치력 강화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이주병 회장은 과거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를 역임했으며, 이후에도 의협 대선기획단, 총선기획단 등에서 활동하며 대정부·국회 활동에 매진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새 의협 집행부에 "국회의원을 만나서 주요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법안을 만들고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각 당, 각 의원실의 보좌관들과 정책토론을 많이 해야한다"며 "이런 식으로 각 당과 정책적 교류를 많이 하면 정책적 연대감을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연대감, 신뢰 등이 쌓여야만 첨예하게 정책적인 충돌이 발생했을 때,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며 "그저 사진 찍고 자신의 정치적인 경력만을 쌓기 위해 국회를 드나들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의사의 정치력 강화'를 위해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치권과 접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의협은 정치세력화를 외쳤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며 "정치세력화라는 게 선거철에 의사회원과 회원 가족의 숫자만을 강조하는 티켓 파워만을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추상적이고 허구적 정치세력화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의미의 정치세력화가 되려면 실제로 의사회에서 당선자를 만들어야만 한다"며 "의사회원이 아니더라도 의사회원들의 뜻과 함께하는 정치인을 군·구의회의원으로 만들고 도의회의원,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서 의료정책을 감시·추진할 수 있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타깝지만 현실은 10만원 세액공제되는 정치후원금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시도의사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치세력화의 기초가 되는 정치후원금부터 다시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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