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성공적 비상… 1000억대 '블록버스터급 등장 '기대'

[창간 58주년 기획1/ K-제약바이오 R&D 생존전략] 국내 신약개발 현황
LG생과 '제미글로'·보령 '카나브 패밀리' 매출 1천억 돌파
올해 4월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정' 식약처 품목 허가

지난해는 자체 개발해 허가를 받은 신약이 없었지만, 올해 4월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종 품목 허가를 승인 받았다.

국산 신약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은 2022년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정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37호 신약약 대열에 오른 자큐보정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제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세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이다.

초기 국산 신약은 이름만 신약이라는 미미한 성과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국산 신약을 바탕으로 한 복합제와 개량신약이 등장하면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기록하는 대형급 신약이 속속 등장했다.
2012년 6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제품군은 2020년 국내 신약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했다.

2010년 9월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정도 출시 첫해인 2011년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10년 만인 2021년 카나브 패밀리를 선보이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어 2018년 7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를 받은 이후 출시 3년 차인 2021년 단일품목 최초로 원외처방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대 등장한 대형 신약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국산 신약 34호이자 2021년 12월 대웅제약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2022년 7월 발매 이후 올해 3월까지 20개월 만에 누적 처방액 833억 원을 기록했다.

국산 신약 33호이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론티스는 지난해 미국 내 매출이 1분기 1560만 달러(약 206억 원), 2분기 2100만 달러(약 277억 원), 3분기 800만 달러(약 105억 원), 4분기 1100만 달러(약 145억 원)를 기록했다.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의 문제점인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에 즉각 활용 가능한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전처리를 거쳐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내는 독자적 AI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구축했다. 대웅제약은 전임상, 임상, 시판 등 향후 신약 개발 과정의 전주기에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DB와 신약 개발 시스템을 결합해 비만과 당뇨, 항암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냈다. AI를 활용해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물질을 6개월만에 발굴했다. 기존 방식으로 진행하면 최소 1~2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이다.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신약 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AI 신약 개발 시스템 구축에 몰입한 결과의 성과를 확인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바이오텍 아이젠스와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분야 신규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2일 아이젠사이언스와 AI 플랫폼 기반 항암 신약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임상 단계에서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아이젠사이언스는 독자적으로 보유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제안한다. 한미약품은 축적한 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혁신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텍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AI 신약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원료의약품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평균 기간은 15년, 비용은 3조원에 달한다. AI를 활용하면 개발 기간은 7년, 비용은 6000억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억980만달러(약 8100억원)에 불과했던 AI 신약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3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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