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살리기 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도입

[창간 58주년 기획2/ 초고령화시대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 강화 해법
政-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 추진 중… 醫-공공의료 강화 뺀 '속 빈 강정'
만성질환관리사업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 8월 본사업 전환에 '기대'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수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 등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차 의료기관(의원), 여러 진료과가 개설된 2차 의료기관(병원 혹은 종합병원) 그리고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으로 돼 있다. 

여기서 '일차의료(Pri mary care)'라는 용어는 1920년 영국의Dawson Report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하면서 지역사회 의사가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같은 일차의료는 환자의 첫 접촉점으로서 세부전문의가 아닌 의사에 의해 제공되는 의원의 외래서비스를 지칭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8년 14%, 2026년에는 20%라는 압축적 고령화가 예상됨에 따라 우리사회에 부응하는 의료시스템의 조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된 외국에 비해 시장 자율에 맡겨진 의료공급과 의료서비스 전달은 나름대로 강점을 갖고 있다. 국민 누구나 언제나 편하고 쉽게 의료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 당일 진찰, 당일 수술과 입원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강점은 곧 약점이 됐다. 소비자의 의료 이용상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크고, 공급자 역시 이윤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높고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 대형병원들이 밀집, 소비자 역시 대형병원으로 쏠림이 심화됐으며 그 결과 동네의원의 역할은 축소되고 말았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오는 8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전국 어디서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당뇨병환자가 혈당 체크 를 하고 있는 모습

이에 정부는 일차의료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으며, 의료계와 학계 등도 일차의료 강화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그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난 2월 1일 발표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인재 전형 확대,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지역의료지도 기반 맞춤형 지역수가 도입,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검토 등의 방안 등 4대 개혁과제로 구성돼 있다. 논란이 되는 정책은 의대증원 확대다. 현재 의료계는 이에 반대하며 집단행동까지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공공의사제도나 의무복무제도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을 뺀 의대정원 증원은 '속 빈 강정'이라고 평가한다.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는 쟁점이 없지만 의대증원을 대폭 늘린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응급의료체계 구축,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문 치료역량 강화, 상급종합병원 중증진료기능 강화를 비롯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분만이나 소아분야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현재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대책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일차의료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병원급에서 중증질환을 담당하는 전문의 확보와 지원이 현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일차의료기관에서의 1차 예방과 2차 예방으로 만성질환 발생을 줄이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오는 8월부터 본사업으로 추진된다. 복지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운영했으며, 공단은 해당 시범사업을 지원하며 혈압·혈당 조절율 향상, 응급실 방문 및 입원 감소 등의 성과를 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상담과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그리고 환자 감소로 인한 동네의원의 경영난 해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와 생활 습관 및 식생활 변화로 만성질환과 합병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 수만도 무려 946만명(2019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달한다.

그러나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치료율과 조절률은 낮아 건강 수명이 단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약물 처방 위주의 관리로 예방 가능한 당뇨병으로 인한 입원율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진료 시간에 대한 보정 없이 의료 제공에 맞춘 의료 수가와 의사 단독 관리로 인해 충분한 상담과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웠다. 더욱이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건강보험 재정뿐 아니라 국민의 진료비 부담도 가중되는 실정이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또 만성질환자의 혈압·혈당 조절률과 치료율 향상으로 합병증을 예방해 환자의 만족도는 높이고, 증증질환자 고액 진료비가 절감되기도 했다. 아직은 시범사업이지만, 본 사업으로 전환해 전국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 시·군·구 228개 중 110개 지역에서 사업에 참여 중이나 앞으로는 전국 어디서나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앞으로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본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일차의료 중심의 만성질환관리 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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