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빠른 내 아이 혹시 '성조숙증'… 올바른 진단과 치료는

(인터뷰)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 교수

성조숙증은 또래 아이들보다 사춘기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아는 17만 7천여명으로, 지난 2018년 10만 2천여명 대비 대략 72% 증가했다.

사춘기 시작이 빨라지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으로 예전에 비해 과체중이나 비만한 어린이가 많아지고 있고, 이것이 사춘기 조기 발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에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연령이 빨라져 성장이 일찍 멈추게 되어 사춘기가 정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성인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조숙증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의 관점에서 원인과 증상, 환자와 보호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부담, 올바른 성장을 위한 진단법과 치료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 교수


Q. 성조숙증은 어떤 질환이며 원인은 무엇이고, 국내 발생률은 어느 정도인가?

-성조숙증의 발병 원인은 대부분 중추성 성조숙증이다. 보호자들께서 흔히 알고 계시는 성조숙증은 중추성 성조숙증에 해당한다. 정상적인 사춘기는 뇌에서 고환이나 난소 쪽으로 이어지는 호르몬 반응 상태가 어린이 상태에 있다가 사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 분비로 반응이 시작되는데,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추성 성조숙증(CPP, Central precocious puberty 또는 진성 성조숙증)이다. 중추성 성조숙증이 대부분이고, 말초성 성조숙증 즉 가성 성조숙증은 흔하지 않지만 거의 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빈도가 연구마다 다르긴 하지만 중추성인 뇌에서 사춘기가 부적절하게 빨리 시작하는 경우다 보니 통계적으로 봤을 때 뇌 질환 등의 기질적 원인이 있는 경우가 여아에서는 대략 5~10% 정도라고 본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성조숙증이 흔하지 않은데 연구마다 다르지만, 40-90%에서 병적인 경우가 있다.

Q.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이며 시기는 언제인가? 또래보다 키가 커도 의심해봐야 하나?

-남자의 경우는 고환의 크기가 중요하고, 여자는 유방의 발달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지표이기는 하나 의료인이 아닌 경우는 잘 모를 수 있으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춘기 증상인 수염, 목소리, 냄새, 키의 급성장 등을 보고 의심해 볼 수 있다. 통상 급성장이 남자는 만 12~13세, 여자는 11세경 시작돼야 하는데 그 전에 성장 속도가 연 6cm 이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Q.성조숙증 관련하여 병원 검사를 통해 진단을 많이 받는 추세인가?

-최근 수년간 성조숙증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병원에 오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조숙증 질환 자체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보호자들의 관심도 많아졌다. 진단 기술만 놓고 보면 최근 5년 이내에 크게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성인의 경우 갑상선암이 진단율 증가로 유병률이 증가한 것처럼, 성조숙증도 그런 경향이 있다. 보호자 분들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원하시는 특징이 있다.

Q.만약 성조숙증을 제대로 진단 및 치료받지 않으면 다른 질병이 유발될 수 있나?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여자아이들의 경우 여성 호르몬에 일찍 노출됐을 때, 장기적으로 볼 때 유방암이나 다른 부인과적 질환 위험도와 연관성이 있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 사춘기 증상이 일찍 시작되면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나 위축감이 있을 수 있다.

Q.성조숙증이 초기에 빠르게 진행되면 추후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나?

-사춘기의 진행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빨리 진행되기도 하고 천천히 진행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빨리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과 사춘기 진행 차이가 조금씩 좁혀지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진행이 지속적으로 빨라지지 않는 비진행성 성조숙증 내지는 단순조기유방발육증 등은 병적인 개념이 아닌 경우로 보고 있고, 반드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급속하게 진행하는 진행성 중추성 성조숙증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또래들과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기 때문에, 이른 초경이 찾아오거나 성장판이 빨리 닫혀서 키 성장에 영향이 있다. 이럴 경우 성장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Q.성장이 빨라져서 키가 또래보다 큰 아이들이 주로 성조숙증으로 병원에 오는가?

-그렇다. 부모님의 키와 비교하여 월등하게 크거나, 1년에 약 6cm 이상 크는 경우는 급성장으로 의심할 수 있어 그런 경우 부모님들이 성조숙증을 걱정하는 편이다. 보통 성장판이 빨리 닫히고 있는 건 아닌지, 초경을 빨리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경우에 병원을 찾게 되는데, 여자아이들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가족들에게도 가슴 발달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키가 굉장히 컸던 친구가 동창회에서 만났더니 작아진 친구들 같은 경우 성조숙증을 겪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Q.성조숙증의 원인에 비만이나 음식도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이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면 성조숙증의 위험도가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우선은 건강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상적인 체중의 조건 하에서 성조숙증이 음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여성 호르몬 성분이 많은 콩과 같은 식품들이 의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성조숙증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비만이나 음식 외에, 환경호르몬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해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 일상생활에서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서는 비만과 과체중은 무조건 개선해야 한다.

Q.체격이 마르고 가슴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나?

-간혹 그런 경우도 있다. 2차 성징이 없는데도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싶다는 생각인데, 이는 옳지 않은 접근이다. 사춘기라는 것이 빨리 진행되는 듯하다가도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굳이 치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성조숙증 치료에 있어서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삶의 질이 고려되어야 한다.

Q 성조숙증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치료제가 있나

-성조숙증 치료제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성분 중 하나가 트립토렐린이다. 성조숙증 치료에서 기존 약물은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가 대부분이었는데, 트립토렐린이 국내에 정착하면서 3개월에 한번 주사를 맞는 것으로 치료 패턴이 바뀌고 있다. 아이의 삶의 질과 관련된 질환인만큼, 병원을 너무 자주 찾는 것보다는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를 권하는 편이다.
최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1개월, 3개월 제형 모두 효과가 대등하다고 나와 있어서 아무래도 3개월 제형이 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최근 6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도 나왔는데 식약처 승인은 났지만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Q 성조숙증 치료제와 성장 호르몬제는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인지?

-작용기전과 원리가 아예 다르다. 우선 성조숙증 치료는 성장판을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해서 최종 키의 향상을 노리는 목적이고,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빨리 닫히고 늦게 닫히는 개념이 아닌 성장호르몬을 외부에서 더 주입해 줌으로써 부족한 성장 호르몬을 보충해 키 성장을 돕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원칙적으로 키가 병적으로 작은 아이들을 위해서 만든 주사제다. 의학적으로 병적이라고 보는 것은 키가 하위 3백분위수 이하인 저신장증일 경우를 말한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반응성이 부족한 문제로 최종 키가 병적으로 작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택하는 치료이다.

Q. 최근 성조숙증 주사제 급여기준에 진단 연령을 명시해 내년 1월부터 개정안이 적용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고, 의료 특성상 건강보험의 급여 조건을 잘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한정된 보험 재정을 어떤 질병에 더 사용할 것인가와 어떤 경우에 급여 적용을 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 전문가 의견이 많이 반영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성조숙증에 대해서도 현실에 맞게 반영해 주시려고 하겠지만 전문가들과 더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Q. 자녀 성조숙증을 우려하거나 현재 성조숙증 환아 보호자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나 예방법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린다.

-가장 우선적인 예방법은 비만이나 과체중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보호자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의 성장과 키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키가 큰 것이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삶의 질을 우선하고, 키 자체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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