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대표 헬기이송' 의사·구급대원만 위법… 의료계 "응급의료 악영향"

권익위, 이재명 전대표 등 "위반없다"… 구급대원과 교수는 징계
응급의학과, 유감 표명… 징계 등 결정 형평성·공정성 의문 제기

권익위가 올해 초 부산에서 흉기 피습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헬기 이송을 맡은 구급대원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들에게 위법 결정을 내리자, 의료계가 강력 분노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후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서울대병원으로, 119구급헬기를 이용해 전원했으며, 이와 관련해 권익위에 부정청탁·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신고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 전 대표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천준호 의원에 대한 특혜 신고 사건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행동강령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이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했다는 게 사건 종결 이유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응급처치하고 치료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사, 그를 이송한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119구급대원)에 대해서는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과 응급의료 헬기 이용 과정에서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확인했고, 감독기관 등에 각각 위반 사실을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 응급의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1야당 당시 당대표와 비서실장은 국회의원이라며 관련 법 조항 미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권익위 결정이 형평성에 맞고 공정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원거리 특정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치권에 대해 올바른 판단과 따끔한 질책을 통해 건강한 응급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우리 사회 스스로 자정 작용이 일어나 일부의 그릇된 특권 의식이 응급의료체계를 흔들지 않도록 해서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급성질환이나 외상, 만성질환의 급성 악화 상황에서 불편이나 불만 없이 응급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의학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서울대병원·부산대병원·소방공무원에게 징계를 주려는 의도와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학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며 최선을 다한 소방공무원과 의사에게까지 이러한 모욕과 사회적 비난, 나아가 이들의 공직 생활과 교직·병원 생활에 불이익을 주는 징계까지 기어이 주려하는 의도나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아무 죄 없는 이들에게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허울로 멍에를 씌우며 기어이 징계 통보를 결정한 권익위는 향후 응급의료 부문, 특히 전원 과정·항공 이송과정에서 국민이 겪을 불편함과 더불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의 위협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힘없고 약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권익위의 결정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요한 부분은 사건이 터질때마다 위에 있는 분들이나 힘센 사람들이 이런 일을 시키는데 결국 피해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힘없는 의료진이나 구급대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힘센 사람들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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