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실 현안 발표 거짓말… 응급의료 '셧다운' 현실로" 

"지역응급의료 이미 사망 수준, 사명감으로 버티던 의사들도 떠나"
추석연휴 응급실 붕괴 '최대고비', 의료소송 위험성 증가 등 '삼중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로 시작된 응급실 진료 공백. 가장 취약한 지역의 응급의료현장에서 '셧다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와함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여파가 대학병원을 거쳐 이제는 지역의료체계까지 뒤흔들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응급실 현안 발표를 보면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국한된 문제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현장의 우려가 제기됐다.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실 내원환자가 늘어났지만,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불가하고 의료소송 위험성이 증가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상북도 김천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한 전문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응급의료체계는붕괴가 아닌 사망 수준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현재 김천은 인구 14만의 소도시로, 지역 내 종합병원은 김천의료원과 김천제일병원이 있다. 30분 거리에 있는 구미시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구미차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인 구미순천향병원이 있고 경북 칠곡에는 칠곡경북대학병원이 있어서 중증 응급환자는 이 병원들로 전원하고 있다.

김천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평일 60~70여명 정도, 일요일에는 100~120여명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는데, 농촌지역이라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환자가 많기 때문에 중증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서 문제는 의대증원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하면서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문의는 "평소 구미, 칠곡, 대구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에서 전원을 받아줬는데 최근 수개월 전 부터는 중증 응급환자 전원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대학병원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유다. 그는 "다른 지역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일들이 전국 응급실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무력감에 빠져서 더이상 진료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응급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는 공식 발표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정부는 전국 408개 응급실 중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의 사직으로 응급실 진료에 문제가 생긴 응급실은 5개소로 1.2%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국 응급실 408개가 다 같은 응급실이 아니"라며 "120여개 정도는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이고, 270여개 정도가 상대적으로 중등증, 경증 환자를 담당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인데, 차질이 생긴 응급실은 최고로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120여개 상급 응급실 중 언론에 나온 5개소만 해도 전국 중증환자 응급의료의 4%가 넘으며, 언급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116여개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대학병원에서 중증 응급환자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면 정권이 날아갈 정도의 분노가 일어날 것이기에 기를 쓰고 막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국 응급실이 정도의 차이만 있지 마비가 돼서 살 사람도 많이 죽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 내원환자 증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중증 응급환자 전원 불가능 △의료소송 증가 및 여러 악법 발의 등을 꼽았다.

다른 지역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대도시 대학병원 응급실의 환자 처리능력 감소로 인해 평소에는 그 병원들에서 처리되던 환자들이 밀려나서 주변 중소도시까지 밀려오고 있다"며 "이제까지 관내 환자만 수용하면 됐는데, 최근에는 주변 도시는 물론, 지명이 생소해서 기억도 안나는 지역에서 이송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로 내원하게 됐고,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와 맞물려 응급실 전체 진료가 마비된 지 오래"라며 "한정된 의료 자원보다 많은 환자가 몰려들면 이를 재난 상황이라 정의하는데, 이때 의료사고의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한민국 의사 중 단 7%밖에 안 되는 젊은 의사들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시급을 받으면서 주 100시간 넘게 갈려 나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전공의들이 실제 대학병원 환자 진료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들이 다 사직해버리니 이 일은 전부 의대교수들이 하게됐다. 그런데 이들의 나이가 다 40~50대로 전공의들처럼 밤새며 진료할 수 없다"면서 "울산대병원 응급실만 봐도 응급의학과 교수 5명과 전공의 8명이 응급실을 지켰는데,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교수 중 1명이 사직하니, 지금 4명이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타과 교수들을 응급실로 투입해 어거지로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교수들 본인 진료도 봐야하는데 응급실 당직 서고 난 다음에 어떻게 진료를 보겠는가"라며 "모든 진료과가 연결돼 다 같이 응급의료가 마비된 상횡이라 대학병원은 더 이상 중증 응급환자를 전원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을 탈출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의료분쟁을 언급했다. 응급실 내원환자가 늘어나면 의료분쟁 발생위험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천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 중인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을 유지했었으나 최근 3명이 사직했다. 사직한 전문의들은 의료소송 리스크를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의사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형사소송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앞으로 다가올 추석 연휴가 응급실 붕괴의 최대 고비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명절 연휴는 평소에도 평일 환자수의 3~5배 정도의 환자가 몰려서 위험하다. 이번에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환자 수는 더 늘어나게 되고, 의료진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환자는 제한돼 있으니 누군가는 진료를 제 시간 내 보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119 이송환자는 아무 병원에서도 수용할 수 없어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엠뷸런스 내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도 119 구급대원분들에게 상황을 들어보면 심각하다. 엠뷸런스 안에서 토혈하면서 혈압이 낮아져 곧 심정지가 올 만한 환자도 수용해줄 수 없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엠뷸런스를 세워놓고 수용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수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는 119 구급대원이 무조건 배정하는 응급실로 환자를 밀고 들어가 무조건 수용하라는 말도 안되는 위험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119에 흉통 환자가 신고됐고 심장 혈관이 막힌 심근경색 환자로 의심된다. 그럼 이 고난도 시술을 할 수 있는 응급실로 이송돼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응급실로 무작정 밀고 들어가 환자가 시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면 이 책임은 누가 감당하냐"라며 "병원을 선정한 119 구급대원 선생님이 지는 것인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정부인가, 아니면 안 된다고 울부짖은 힘 없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또 지게 되는 것인지 상상은 국민들 여러분 몫으로 맡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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