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협의회(회장 이진우)는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개정안이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기관 평가인증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했으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
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7일 "정부의 개정안은 무리한 의대증원 이후 발생이 우려되는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덮고 넘어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리는 전문가 단체로서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막는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의 무력화 의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의과대학이 의평원의 평가인증에서 불인증을 받아야 할 상태라 할지라도 불인증 1년 이상 유예를 강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의평원은 이미 교육부의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인증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하려면 사전 보고·심의받도록 하고, 인정기관이 없는 경우 대학이 기존 받은 인증기간을 무한히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교협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의평원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동시에 의사 면허자격을 인정기관의 인증받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로 제한하는 행태다. 이는 의료의 질적 보장과 사회 및 환자 보호를 도모하고자 한 의료법 제5조의 제정 취지에 반한다는 것.
아울러 부족한 교육여건임에도 학생을 방치하고, 이같은 환경에서 배출된 졸업생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는 게 의교협의 지적이다.
의교협은 "대규모 정원 증원의 주체가 정부인 상황에서 이에 따른 의학교육 질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절차, 방법을 이해 당사자인 정부가 심의하고 조정한다면,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은 물론 평가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인정기관 지정기준을 충족하여 지정·재지정을 완료한 기관이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할 때마다 사전 보고하고 심의받도록 하는 것은 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절차"라며 "기존 규정대로 사후에 알리고, 지정·재지정 과정을 통해 점검받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교협은 지난날 서남의대 사태를 거울삼아 의평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평가인증 과정과 결과를 수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교협은 "평가기관은 대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평가를 수행하여야 한다"며 "의학교육 평가는 이해당사자의 편익보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에 맞춰 기준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학교육 질 향상을 위한 의학교육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의료인력의 질적 보장과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되도록 이번 규정 일부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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