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건강검진 국가 지원 절실… 데이터 확보도 필수"

대한검진의학회 제34차 학술대회 개최… AI 검진 도입·대장암 조기진단·검진제도 개선 논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암 조기발견과 맞춤형 건강검진의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개별 병원의 자발적 도입에 머물러 있어 국가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검진의학회(회장 박창영)는 지난 31일 열린 제34차 학술대회에서 AI 건강검진 도입과 관련해 ▲국가 예산 지원 ▲AI 판독료 제도화 ▲검진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학회는 "지금이야말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촉구했다.

"대만은 국가 주도, 한국은 개별 도입… 격차 벌어져"

이창석 학술위원장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암·만성질환 스크리닝 네트워크(IACCS) 학술대회 사례를 소개하며 "대만은 정부가 예산과 제도를 지원하고 민간이 기술을 혁신하는 방식으로 국가 차원의 AI 검진을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현실은 개별 병원 단위의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AI 도입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국내에서도 유방암 맘모그래피, 폐 엑스레이, 폐 CT, 뇌 MRI 등에서 AI 판독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건강검진 시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며 "AI 판독 프로그램은 봉사 차원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노동력과 기술 가치가 인정되지 않으면 신규 설치나 활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가 전략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개별 병원 의존 체계로는 AI 검진 도입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민간과 함께 AI 건강검진을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강력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는 보조 도구 아닌 검진 질 결정 인프라"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도 AI 검진과 치료 발전을 위해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양한광 원장은 "국가 검진과 암 관리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배경에는 검진 현장 집행을 담당하는 검진의학회 회원들의 노력과 데이터 관리가 있었다"며 "맞춤형 AI 검진과 치료 발전을 위해 국가암 데이터센터 외에도 민간 병원의 전향적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으로, 이 데이터를 활용한 AI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확보와 제도 뒷받침이 관건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AI 검진의 실질적 도입을 위해 ▲국가 암데이터센터 설립 ▲AI 판독료 지원 ▲저소득층 및 비참여 계층의 검진 참여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박창영 회장은 "AI 검진은 향후 한국 검진의 질과 안전성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며 "학회가 교육과 제도 개선을 선도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검진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승 총무부회장은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향후 초음파와 내시경 검진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학회는 학술 프로그램 내 AI 세션을 대폭 확대하고, 교육·정책·기술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연구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방초음파 교육 강화… 대장내시경 캠페인도 확대해 조기진단 선도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AI 검진 외에도 다양한 현안이 함께 논의됐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평가에서 '내시경 소독 미흡' 판정이 다수 나온 것과 관련해, 학회는 실제 소독 과정은 국제 기준에 맞게 이뤄지고 있으며 문제는 행정 절차와 교육 기회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진의학회는 최근 국민의 불안을 야기한 내시경 소독 문제에 대해 일부 오해의 소지를 밝히고, 국민이 안심하고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내시경 소독 교육은 3년 주기 이수 체계로 운영되는데, 마지막 해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정원 초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 경우 실제 소독은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평가에서는 '미흡'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내시경을 시행하는 기관은 전국적으로 5000~6000곳, 소독 담당 인력만 최소 1만2000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정은행 소독이사는 "내시경 소독에 대한 국민 불안은 소독 과정 자체의 문제가 아닌 행정 절차와 교육 여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재 교육 수요에 비해 공간이 부족하고 주기적 등록이 몰리면서 불필요한 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검진기관의 소독 수준이 이미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며, 실제 감염사고 발생을 극히 드물다는 게 정 이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막연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특히 검진의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부터 검진 필수 기술인 초음파와 내시경 교육도 대폭 강화했다.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서 '명품검진 업그레이드 방'과 핸즈온 실습교육이 큰 호응을 얻었다. 내시경 핸즈온은 정원 100명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국내 최초로 실제 환자 모델을 활용한 유방초음파 라이브 데모도 마련됐다. 유방 초음파 실습의 경우 그동안 모형에 의존해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제 환자의 동의를 받아 라이브 데모스트레이션으로 진행된 것.

이와함께 학회는 내년 춘계 학술대회에서 대장내시경 캠페인을 정식으로 확대 시행한다. 

박 회장은 "대장암 진단과 치료에 있어 학회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위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진 참여율이 낮은 대장암 조기발견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또 "AI 검진과 더불어 내시경 소독 신뢰 회복, 교육 강화, 대장암 조기진단 캠페인 확대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검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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