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환자 175만명 시대… 사망률 20년새 6.3배나

학회, Heart Failure Seoul 2025 개최… '전문질환 지정' 등 국가적 대응 촉구

국내 심부전 환자가 175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0년 사이 사망률이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국제학술대회 'Heart Failure Seoul 2025 with CTC Asia 2025'를 개최하고,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국내 심부전 관리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심부전 팩트시트 2025 발표 ▲심부전 진료 질 향상 사업 공개 ▲전문질환군 지정 촉구 등 국내 심부전 관리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년 새 사망률 6.3배↑…'심부전 팩트시트 2025' 경고

학회는 행사 첫날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5'를 발간하며 심각한 국내 현황을 공개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환자 수는 175만명(남성 87만3862명, 여성 87만6366명)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예후다.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3.1명에서 2023년 19.6명으로 약 6.3배나 치솟았다. 치료 성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에도 5년 생존율은 79%, 10년 생존율은 66%에 그쳐 여전히 치명적인 질환임을 방증했다.

학회는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심부전 환자 증가는 예견된 미래"라며 "심부전은 단순 만성질환을 넘어 국가적 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환자 삶의 질 개선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표준치료 이행률 50% 불과"…'전문질환' 지정으로 돌파구 찾아야

학회는 낮은 표준 치료 이행률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며, '심부전의 전문질환군 지정'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심부전은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단계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국내 상급병원에서조차 권고된 표준 치료 이행률은 50% 내외에 머무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 심부전 환자의 6개월 내 사망·재입원률이 36%에 달하는, 국제적 치료 성과와 큰 격차를 보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현행 질환군 분류 체계에 있다. 질병의 중증도가 아닌 청구 건수에 따라 일반·전문질환군으로 나뉘다 보니, 심부전처럼 중증도가 높은 질환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진료 강화 정책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심부전의 임상적 위중성, 치료의 전문성, 낮은 표준 치료 이행률 등을 고려할 때 전문질환군 지정은 국민 건강과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필수적 정책 과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진료 질 향상 총력…체크리스트 개정·국가 단위 레지스트리 가동

학회는 정책 제언과 더불어 내부적으로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진료적정위원회(위원장 김응주,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최신 치료제(SGLT2 억제제) 급여 확대 기준을 반영한 '심부전 퇴원 전 체크리스트' 4차 개정판을 공개했다. 또한, 의료진을 위한 치료 지침 소책자를 개정하고, 진료 질 향상 캠페인 백서를 발간하는 등 표준 진료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국 단위의 후향적 심부전 레지스트리인 'KSHF-QoC' 사업을 본격 가동해, 10년 이상 환자를 추적 관찰하며 국내 치료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적정 치료 준수율을 최소 1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김응주 위원장 "표준 진료 준수가 환자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이라며 "'Let's KSHF(Keep Standards for Heart Failure)' 슬로건 아래 최신 근거 기반의 진료 도구를 보급하고 레지스트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현장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편, 'Heart Failure Seoul 2025'는 '세대와 학문을 잇고, 심부전 치료를 발전시키다'를 주제로 24개국 9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심부전학회와의 공동 세션을 통해 국제 교류를 다지고, 젊은 의학자들을 위한 멘토링 세션을 마련하는 등 미래 세대 육성에도 힘썼다.

학회는 앞으로도 대국민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개설한 일반인 대상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심봤다 심부전 TV'를 활성화하고, 오는 9월 27일 '세계 심장의 날'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심부전 악화의 주요 원인인 감염병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상포진 등 주요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내년 '심부전 주간'은 2026년 3월 23일부터 28일까지로 정하고, 대중 매체를 활용한 인지도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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