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체의학자로 유명한 엑스터 폴리머쓰 대학의 어니스트(E.Ernst) 교수가 2006년 ‘침술-체계적 비평(Acupuncture-a critical analysis)’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강조한 내용이다. 이 연구논문은 조만간 국내에서 한글로 번역 출판될 예정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료이원화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침술과 관련해 실험한 것들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해 비평해놓은 연구논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침은 위약(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현재 번역이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영국에서 완화의학을 6년째 연구하면서 이번에 어니스트 교수의 연구논문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맡은 백종국(영국 마티스 대학 박사과정 중)씨를 방한 길에 본지가 단독으로 만나 침술에 대한 평소 생각을 들어봤다. ■ 침술 효과성 의문, 가짜 침도 나와 … 과학적 검증 안 돼 있어 “서양의 침 역사는 언제부터 들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서양에도 허브메디슨, 동종요법 등의 대체의학이 있었습니다. 침이 서양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뉴욕타임스 James Reston 기자가 맹장수술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 침구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뉴욕타임즈에 실리고 나서 부터입니다. 미국의 경우 침구사 수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4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침이나 대체의학이 서양에 알려지게 된 이유는 문화적 호기심과 서양의학의 한계 때문이지요. 영국에도 최근 대체의학 붐이 일어나 동네마다 침술원이 다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85% 정도가 통증 치료를 위해 침을 놓고 있어요” 하지만 백씨는 대부분의 침 관련 논문이 중국에서 나와 효과성이 퀘스천마크(?)라고 잘라 말한다. “서양의학에서 침술은 좁은 공간에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중국에서 한 실험을 영국이나 독일에서 똑같이 할 경우 퍼센테이지가 굉장히 낮으며, 네거티브 되는 게 많습니다. 또 실험을 하고 나면 결과가 안 나올 때가 많아요.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과학적) 검증이 안 돼 있다는 거죠. 또한 약은 둥글기도 하고 네모나기도 하는데 침은 증상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있어요. 침을 놓는 깊이가 다르다보니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더 들어갈 수도 있고 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죠. 최근 위약(가짜) 침도 많이 나와 있어요. 한마디로 침술로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고려수지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백종국씨는 “수지침을 택한 이유는 수지침이 다른 대체의학에 비해 무작위 대조실험을 하기가 쉬워서였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수지침의 경우 수술 후 오심이나 구토 증상이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게 오스트리아에서 3건, 한국(한양대)에서 1건 등 모두 4건의 연구 논문이 나와 있으며, 모두 성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양인들은 압봉(기마크봉, 서암봉)이 뭔지 모릅니다. 치료군에 K라인 압봉 하나를 붙이고, 대조군에는 압봉을 붙이지 않은 채 테이프만 붙였는데 100% 블라인딩이 됐습니다. 영국에서는 TCM(중국전통의학)이 법적으로 프락티스 할 수 있고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책임도 커버됩니다. 물론 수지침도 보험회사에서 인정해주고 있어요. 얼마 전 영국 iTV에서는 생식기 통증에 대해 수지침을 전국적으로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지침은 영국뿐 아니라 이태리, 아일랜드에도 상당히 활성화돼 있어요” 그는 영국에서 강의도 하고 논문 지도도 하지만 주로 물리치료사 석사과정, 한의사, 의사를 대상으로 CPD(보수교육)를 많이 한다고 한다. 영국에서 그에게 고려수지침을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사람만 300~400명에 달하며 15시간, 30시간, 45시간, 100시간씩 교육 받은 영국인과 유럽인들도 많다. ■ 수지침, 손 자극으로 대뇌혈류 조절… 미래의학이자 제3의 의학 “완화의학 6년을 공부하면서 제가 보는 환자는 주로 암 환자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흔한 유방암, 전립선암 환자가 많고 NMD, 에이즈, MS 환자도 말기 뿐 아니라 초기 환자도 많습니다. 사실 대체의학을 가지고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학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면 부작용이 많습니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땀을 많이 흘려 잠을 못잘 정도입니다. 항암제로 항암치료를 받으면 굉장히 심합니다. 암을 이기는 힘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완화의학은 이것을 도와줍니다. 살의 질을 높여줍니다. 여러 가지 통증 제거와 우울증, 불안, 초초 등 통증을 완화시켜줍니다. 그래서 비침술방법을 씁니다. 더 안전하고 편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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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으로 기억되는 한 유방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뇌와 뼈로 전이돼 통증이 심했죠. 오심과 구토가 매우 심해 그걸 수지침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지금 그 환자는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수지침을 통해) 암과 싸움할 수 있는 능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수지침으로 증상을 완화시킨 것이죠. 폐암환자는 통증이 엄청 심합니다. 상응요법으로 기대 안하고 압봉 3~4개를 붙여줬더니 통증이 처음으로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압봉을 떼니까 다시 통증이 와서 2~3년 압봉위주로 계속 치료하다보니 통증의 70~80%가 감소됐습니다” 백씨는 “저의 6년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면 케이스터디로 봐서 압봉 등 수지침 요법이 유용하다”고 확신하며 “수지침의 장점은 △임상실험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고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확실하며 △무작위추출 대조군실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그러나 수지침이 전세계에 많이 전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모택동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료비가 너무 비싸 TCM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서양사람들은 몇 백만원, 몇 천만원씩 들여 매년 상하이와 난징, 빼이징 등에 침술을 배우러 가고 있지요. 수지침은 한국에서 나왔고 한국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화가 절실합니다” ■ 태권도·삼성전자 휴대폰처럼 세계적 한국대표 브랜드로 만들어야 백씨는 외국인 수지침 전담 교육센터가 생기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밝혔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외국인들이 수지침을 배우러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나 등 국가는 의과대학은 있어도 의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이나 영국으로 다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에 수지침을 보급한다면 의료비를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에이즈도 이젠 죽을 병이 아니죠. 만성질환입니다. 약이 좋아 오래 사는 거죠. 하지만 약값이 비쌉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약을 못 먹어 죽게 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수지침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해야 합니다” 백씨는 또 수지침에 대한 좋은 논문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상을 배운 사람이다 보니 침 한방 놓으니 어디가 좋다더라 하는 것 보다 임상실험 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축구가 영국에서 나왔지만 제일 잘 하는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이제는 수지침(KHT)도 태권도처럼 삼성전자 휴대폰처럼 세계적인 한국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태권도 사범이 존경받는 것처럼 지구촌 구석구석에 수지침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 의해 수지침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잘 전파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번역 교재도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는 특히 “수지침의 브랜드 가치가 웬만한 한국의 대기업보다 더 높다”며 “수지침은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내다봤다. “지금 살고 있는 시대는 지식서비스 시대입니다. 지식은 무한정입니다. 수지침은 지구 60억 인구 누구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중국의 TCM 브랜드는 이미 서양에 거의 정착했어요. 마돈나 등 세계적 유명인사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고요. 한국 정부에서도 이젠 환자의 선택권 부여 측면에서 주치료가 아닌 부대치료로 수지침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환자와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게 무엇인가를 찾아줘야 합니다. 환자들은 다양한 요리를 먹고 싶어 합니다. 맛과 질적인 요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이 기득권 중심 이다 보니 법적으로 너무 불합리한 것 같습니다. 한의사협회는 인권 따지고 밥줄만 따지는데 이렇게 해서는 한방은 오래 못 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방을 100%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정당당하게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백씨는 “침술은 현대의학으로 100% 규명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수지침은 100%는 아니더라도 거의 대부분 기전이 확실하다. 세상의 그 어떤 물건들이 손으로 안 만든 게 있느냐. 손은 곧 뇌이다. 수지침은 손 자극으로 대뇌혈류를 조절한다. 손에 자극을 줌으로써 교감신경이 항진돼 있거나 부교감신경과 바란스를 맞춰주는 것이다”며 “수지침은 미래의학이자 제3의 의학”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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