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심부전 새 치료약 기대감 ‘고조’

노바티스, 전 세계 47개국 8442명 임상 완료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병, 통계적으로 이 병에 걸려 입원한 환자의 50%는 5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고 인구 연령 변화에 따라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병, 바로 심부전이다. 대장암, 유방암 등 일부 암들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존 약보다 효과가 크게 개선된, 새로운 약물이 곧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노바티스는 최근 심부전과 증상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이 심부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관련 증상과 치료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강석민 연대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 심부전 현황 및 미충족 의료 수요’라는 강연을 통해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위험요소가 증가했고, 의학의 발달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관상동맥 질환 환자가 과거보다 더 오래 살게 됐기 때문에 심부전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심부전 환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이미 국내 심부전 환자수, 진료비, 사망자 모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 심부전 환자수는 2009년 9만4000여 명에서 지난해 11만 6000여 명으로 지난 5년간 22% 증가했다. 심부전으로 인한 진료비 역시 2009년 473억원에서 지난해 743억원으로 지난 5년간 57% 증가했다.

모든 입원 환자의 절반은 5년 이내에 사망하기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 심부전은 관리하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질환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심장의 손상 없이 증상을 완화해 사망률을 낮추고, 높은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는 입원률을 줄이기 위해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심부전 환자, 특히 만성심부전환자 치료를 위한 현행표준약물로는 ACE억제제 계열의 혈압강하제가 있다.

노바티스에 따르면, 에날라프릴보다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 47개국 8442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대규모 임상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다임-HF'로 명명된 이번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약물 ‘LCZ696'은 에날라프릴 치료군에 비해 생존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갑작스런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는 “LCZ696은 심장의 신경호르몬계에 작용해 방어기전을 작용하고, 유해증상 유발 수용체를 차단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고 말했다. 즉, 심장에 좋은 요소는 오래 머물도록 해 심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안 좋은 요소(RAAS)는 차단(블럭화)한다는 설명이다.

노바티스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 역시 널리 사용되는 ACE 억제제 에날라프릴과 LCZ696의 효과와 안전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평가한 것이다.

유 교수는 “임상 결과, LCZ696은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20%, 재입원률을 21%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도는 약 16% 감소했다. LCZ696의 치료실패율은 10% 정도였는데 이 역시 에날라프릴보다는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LCZ696'의 임상이 현저한 개선효과로 인해 조기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심장학회나 유럽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심부전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1990년대 이후 15년 만에 처음 나온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 회장 마리엘 제섭 박사는 “LCZ696은 새로운 약물로 10여 년 간 답보 상태였던 심부전 치료의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최초의 약물”이라며 “이번 결과가 기존 심부전 환자들을 포함한 새로운 환자들에게 적용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신약 출시를 준비 중인 노바티스는 미국 FDA승인은 내년 하반기, 유럽은 내년 상반기에 LCZ696의 신약 등록 승인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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