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판단할 일…직능이기주의 버려야"

[집중기획] 정부 '규제기요틴' 정책 갈등만 키우나-<2>한의계 입장

정부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규제기요틴'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의료계와 정부, 의료계와 한의계간의 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규제기요틴 정책 철회를 위해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고, 추무진 회장이 단식투쟁을 강행했다. 또 병원협회는 물론 전국시도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전체가 규제기요틴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사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관한 일을 단두대에 올릴수는 없다며 면허반납까지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한의사협회는 일단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의료계의 공략에 맞대응하고 있다.
이번 의료계의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로 규정하고 강력히 맞서 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도 원하는 일 이라며 최종판단은 의료서비스를 소비하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 과학의 성과와 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기술의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입장을 집중 분석하고 양측 수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양의계의 맹목적인 반대 강력히 맞서 나갈 것…한의학 발전에 진단장비 필수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조정실은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개최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비효율적이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 개선하는 규제개혁 방식인 ‘규제 기요틴’ 114건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항목을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한의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내놓고 한의사의 자유로운 의료기기 활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더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찾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양의사들의 면허 반납까지 불사하겠다며 갈등의 불을 지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같은 의사협의 움직이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그동안 한의계의 발전에 필요한 정책들이 추진될 때마다 직능이기주의로 인한 양의계의 맹목적 반대에 부딪혔던 왔다”고 지적하고 강력해 맞서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의협은 “이런 정책들은 자신들의 이권이 걸려있는 양의사들이 아니라 실제 의료서비스를 소비하는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야 옳은 일”이라고 전재하고 양의사들의 한의계 발전에 대한 방해공작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정책들은 자신들의 이권이 걸려있는 양의사들이 아니라 실제 의료서비스를 소비하는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야 옳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의협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프레스센터에서 김필건 회장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규제기요틴에서 제시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는 어느 특정 의료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없다 하는 단순한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한의학이 현대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대 과학이 이루어낸 다양한 성과와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여, 객관적 진단,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기술의 확보, 치료성과의 과학적 검증과 신약 개발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진단의 정확성과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예후를 정확히 관찰하기 위한 과학적 진단장비의 활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한의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대세' 주장

"국민건강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늦출수는 없어"

지난 연말 정부는 규제기요틴 회의를 통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제한 규제를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가 찬성의 목소리를 내 온 사항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90%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고 있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도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국민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에 다소 보수적이던 사법부 역시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의료인인 한의사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만장일치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양의사들의 악의적인 방해와 보건복지부의 눈치 보기 행정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불합리하게 규제를 받고 있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현재 1년에 425만건이 발생하고 있는 발목 염좌의 경우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어 환자들은 양방병의원에서 골절여부를 확인한 후 다시 한의원으로 내원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의사에게 엑스레이와 초음파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간혹 응급환자의 상황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한의원에서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한의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고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모두에게 이로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양의사들은 현대 의료기기가 서양의학의 원리에 의한 것이며, 한의사들은 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현대 의료기기는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학·공학적 원리로 개발된 산물이며, 인체 내부의 현상을 보다 정확히 관찰하기 위한 측정도구인 것이다.

 골절에 있어 ‘서양의학적 골절’과 ‘한의학적 골절’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골절은 말 그대로 뼈가 부러진 현상일 뿐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이를 치료하는 원리와 방식이 다른 것이며,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인체의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하는 것은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다.

 교육 문제 역시 양방의대 6년 과정과 한의대 6년 과정에서 배우는 영상진단 관련 과목의 커리큘럼과 학점이 거의 비슷하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대교수들의 한의대 출강을 억지로 막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한의대에서 관련 과목에 대한 교육이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이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양의사들과 같은 특정 직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편익과 안전만을 생각하여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 기요틴의 목적은 명확하며, 결코 양의사와 한의사의 힘겨루기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이 보다 객관적인 진단과 이를 통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받고자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하라고 주문하고 정부가 이에 응답한 것이 핵심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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