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사람, 의사. 하지만 환자를 살리는 것이 결코 최선이 아닌 상황이라면, 과연 의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첨단 의학의 집결지이자 미국 최고의 종합병원, 뉴욕-프레즈버티어리언 병원의 내과 의사, 브렌던 라일리 박사는 치매에 걸린 노모 앞에서 그리고 자신의 부모와 같이 늙고 병들어 죽음을 목전에 둔 수많은 환자들 앞에서 번민한다. 과연 무엇이, 어디까지가 올바른 치료인가?
일단 책을 펼치면 마치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듯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의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의사소통할 주치의도 없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며 수술만 받으면 완쾌하리라 믿는 말기암 환자, 언뜻 매우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심각한 섬망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치매 환자, 의식적 자해로 의료진을 감쪽같이 속여온 정신질환 환자, 그리고 아무런 사전 징후나 조짐 없이 어느 날 문득 갑작스런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환자 등…….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이야깃거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병원 밖에 있는 사람들, 환자로서는 결코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 의료 시스템, 현대의학의 불편한 진실과 선뜻 드러낼 수 없는 속사정 그리고 한계를 이야기한다.
생명을 다루기에 그 무엇보다도 가장 고귀한 기술이어야 할 의학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많은 오류와 허점으로 얼룩져 있는지, 시장 논리와 의사소통의 부재,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인한 실수를 가감없이 들춰낸다.
결국 그 모든 폐해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 분들과 다를 바 없는 환자들, 특히 생의 황혼기에 죽음을 목전에 둔 중증 질환자들에게 가장 크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자필멸(mortality)의 운명을 가진 우리 모두는 언젠가 늙고 병들어 마지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순간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심박조율기 등 무의미한 연명 치료로 수많은 기계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막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저자 브렌던 라일리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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