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시간 미만으로 자는 남성은 적정 수면(7∼8시간)을 취하는 남성에 비해 당뇨병의 예고탄이라 할 수 있는 공복(空腹)혈당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1.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복혈당은 높지만 식사 후 혈당이 정상인 상태를 공복혈당장애,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식사 후 혈당이 높은 상태를 내당능장애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당뇨병이 될 위험이 높다.
2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진영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영양건강조사(2011년∼2012년) 원자료를 토대로 국내 19세 이상 성인 남녀 1만49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이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신 교수팀은 조사 대상자를 잠자는 시간에 따라 단기(하루 7시간미만)ㆍ중기(7∼8시간)ㆍ장기(하루 8시간 초과)수면자로 분류했다. 빈속에 잰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100㎎/㎗ 미만)를 초과한 100∼125㎎/㎗인 사람을 공복혈당장애로 진단했다. 공복혈당은 100㎎/㎗ 미만, 식후 2시간 혈당은 120㎎/㎗ 미만이 정상이다. 보통 공복혈당이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공복혈당이 100∼125㎎/㎗(공복혈당장애)라도 식후 혈당이 200㎎/㎗ 이상이라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여서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성인 남성은 5명중 1명(20.9%)이 공복혈당장애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7∼8시간 자는 남성과 8시간 넘게 자는 남성의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각각 15.4%·14%였다.
단기 수면 남성의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중기 수면 남성에 비해 41% 높았다. 장기 수면 남성은 중기 수면 남성보다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이 10% 낮았다. 이는 수면을 충분히 취할수록 공복혈당장애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성인 여성에선 수면시간과 공복혈당장애 유병률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면시간이 길수록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의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단기 수면자가 11.6%, 중기 수면자가 9.8%, 장기 수면자가 6.4%였다.
이 같은 결과는 당뇨병 예방을 위해선 충분한 수면을 취하되 여성보다 남성이 자신의 수면시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신 교수팀은 논문에서 “수면은 당(糖)대사·식욕·내분비·면역시스템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부적절하거나 부족한 수면 시간은 비만·인슐린 저항성·2형 당뇨병·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이 우리나라 성인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자는 비율은 6.6%에 불과했다. 남녀 모두 단기 수면자는 장기 수면자에 비해 스트레스 지수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편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지난 40년 새 1.5%에서 9.9%로 6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론 당뇨병 환자의 인구가 2000년 1억7100만 명에서 2030년 3억66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론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지 않으나 신경·혈관·망막·신장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할 병으로 간주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은 물론 혈압·콜레스테롤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공복혈당장애는 한국인에게 흔한 2형(성인형) 당뇨병의 큰 위험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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