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있을땐 이미 말기…예후 나쁜 ‘악성암’

(10)췌장암
나선형 CT.MRI.PET 등 진단에 효과적
절제술 표준치료법… 방사선화학요법 병행

몸 속 깊이 숨어있어 발견이 어렵고, 늦게 발견돼 치료도 쉽지 않은 대표적 암이 ‘췌장암’이다. 어떤 사람이 췌장암에 걸리기 쉬운지도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래서 췌장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하늘이 깜깜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금연 등의 예방에 힘쓰고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으로 꼽힌다.

췌장은 몸의 약간 왼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른쪽은 십이지장에 둘러 싸여 있고, 왼쪽 끝은 비장과 접해 있다. 또 위, 소장, 대장, 간, 담관 등에 둘러 싸여 있어 암이 발생해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췌장은 20Cm 정도의 길쭉한 장기로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 꼬리 부분으로 구분해 부른다.

췌장은 소화액을 만들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여러 호르몬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췌장이 만드는 이 소화액(췌액)은 췌장 속에 그물처럼 존재하는 췌관이라는 관속으로 분비된다. 간장에서 만들어진 담즙과 췌장에서 만들어진 췌액은 함께 십이지장 속으로 흘러가게 된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나 반대로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등이며 이들은 혈액 속으로 분비된다.
췌장에서 발생하는 암의 90% 이상은 췌액을 운반하는 췌관의 상피세포에서 발생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종을 말한다.
췌장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이 별로 없다.

췌장암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일반적인 경우는 △상복부와 등이 답답하다거나 △왠지 속이 안 좋다거나 △식욕이 없다거나 하는 막연한 이유들과 △식욕 저하와 체중감소 등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췌장암이 아니더라도 소화기계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잘 나타나는 증상이라는데 진단의 어려움이 있다.

이외에 비교적 췌장암과 연관된 증상으로는 몸이나 눈 흰자위가 노랗게 되는 황달이 있다. 황달은 췌장의 머리부분에 암이 생겨 담관이 막히게 됐을 때 일어난다. 물론 담석이나 간염 등이 원인 일 때도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췌장암으로 인한 황달이 나타날 때는 몸이 가려워지거나 소변의 색이 진해진다.
문제는 진단 방법. 아무리 예후가 나쁘고 발견이 늦은 암이라 해도 무조건 정확하다는 MRI나 PET를 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막연한 소화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초음파검사나 내시경, 위X선 검사 등으로 위염이나 위궤양, 담석 등의 일반적 소화기질환을 검사하게 된다. 초음파에서 명확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증상이나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췌장이나 담관 등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CT나 MRI 등을 실시하게 된다.

최근엔 나선형 CT가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암 발생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1년에 한번 정도 이 검사를 받을 것이 권해지고 있다. 이외에 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면 조영제를 주입해 췌관과 담관의 형태를 조사하는 ERCP나 위나 십이지장에 삽입하여 췌장을 관찰하는 초음파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주된 치료는 수술적 요법이다. 이외에 방사선요법, 항암제를 투여하는 화학요법 등이 대표된다.
치료방법 선택은 종양의 진행정도와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고려해 이들 중 한가지나 아니면 몇 가지를 병합해 치료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췌장암은 수술적인 절제가 선행돼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법은 암이 있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췌장 머리부분에 암이 있는 경우에는 췌두십이지장절제라하여 췌장의 머리부분에서 몸통부분 일부에 걸쳐 절제하고 위의 일부와 십이지장, 소장의 일부 담낭 등도 함께 절제한다. 췌장의 꼬리부분에 암이 생긴 경우에는 미측췌절제라하여 췌장의 몸통부분, 꼬리부분과 비장을 절제한다. 암이 있는 범위에 따라 췌장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1기에서 3기까지는 근치적 절제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사선치료 및 전신화학요법을 시행한다.
4기의 경우는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함으로 고식적 수술 및 전신화학요법을 시행한다.

/ 박성주 기자



‘췌십이지장 절제술’
담낭.담관.소장 등 일부 절제...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 효과

췌장암과 담도암 등의 환자에서 시행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이 장기적으로 영양상태 등 삶의 질에 있어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담낭, 담도, 십이지장, 췌장, 소장 일부를 절제하고 필요에 따라 위장의 일부까지 절제하는 큰 수술. 이처럼 여러 장기를 절제하다보니 예후가 나쁘고 수술로도 완치가 거의 불가능할 뿐아니라 수술 후 정상적인 삶을 살수 없다는 일반인들이 인식으로 일부 환자는 수술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

서울대병원 외과 김선회 교수 팀은 1990년대 후반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고 완치된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표준 삶의 질 평가’를 통해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 체중이나 소화기능(10%대로 낮아짐)을 비롯해 삶의 질 수치(100이 최상의 삶의 질을 나타냄)가 수술전 52.5에서 수술 뒤 73.7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암, 담관암, 팽대부암, 십이지장암 등 팽대부(담관과 췌장관이 만나 십이지장으로 들어가는 부위)주위에 발생한 암에 대한 표준치료법이다.



윤 용 범 교수(서울대병원 내과)

3~4기에 발견 사망률 높여... 가족력 있다면 매년 검사해야

“췌장암은 발생률보다 사망 빈도가 높은 예후가 나쁜 암으로 대표됩니다. 이럴수록 빨리 발견해 치료해야 합니다”
서울대의대 내과 윤용범 교수는 췌장암은 악성도가 높은 암으로 발견이 늦어 대개 1년을 못 넘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 사람에서 췌장암은 발생률로 본다면 9∼10위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다소 적으나 암에 의한 사망원인 중에선 5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1년에 약 1,200명이 발생하고 사망자수도 비슷한 실정이다.

“췌장암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는 초기 증상이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으로 애매하다는데 있습니다. 또 증상이 나타나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환자나,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지속적인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일단 췌장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이를 간과하는 의사들도 발견을 늦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황달이라던가, 체중이 주는 등 췌장암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이때는 3기나 4기일때다.
“췌장암의심자 중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폐쇄성 황달이 있거나, 1∼2개월 사이에 평소 체중의 10% 이상의 이유 없는 체중감소, 설명되지 않는 상복부나 허리통증, 1∼2개월 소화불량이 계속될 때, 급작스런 당뇨발병과 특별한 이유 없이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입니다”

췌장암의 남·녀 비율은 2:1 정도로 남자가 발병이 많다. 일반적으로는 40대 이후 60∼70대에서 가장 많으나 유전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30대에서도 환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위험인자는 흡연, 고지방 육류 섭취, 비만, 만성췌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흡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췌장염에 걸릴 위험이 2∼3배 높다.

“췌장암은 대장암처럼 늘고 있는 암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은 암으로 이는 환경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보다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이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국내의 경우 년 10만 명당 3명 꼴로 발병한다면 미국의 경우 10만 명당 15명 꼴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보조적 종양표지자 검사나 초음파 검사가 일반적이나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 현재로서는 CT가 가장 합당한 검사로 꼽힌다.
치료는 외과적 절제술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나 최소 3기 이전이어야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후에는 보조적 항암치료를 같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완전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치료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췌장암의 예방법으로는 금연과 표준 체중 유지, 과도한 육류 섭취 제한 등이며 정기검진과 운동도 도움이 됩니다. 또 가족력이 있으면 1년에 한번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김 명 욱 교수(아주대병원 외과)
진단후 1년생존율 49%불과... 1~3기 발견땐 근치적절제술

“췌장암은 일찍 발견해 일찍 수술하는 것이 좋으나 안타깝게도 1기의 경우는 증상이 없고 뚜렷한 위험인자도 별로 없어 발견이 힘듭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2기나 3기까지는 근치적절제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만큼 가능하면 빨리 발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주대의대 외과 김명욱 교수는 췌장암의 경우 늦게 발견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췌장암은 암중 대표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췌장암으로 진단 후 1년 생존율이 49%로 나타났다.

“실제 4기로 판명되면 수술적 치료는 가능하지 않고 항암치료 정도가 고작입니다. 여기에 통증에 대한 치료, 황달이나 십이지장 폐쇄 등에 의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치료를 하게 됩니다”
췌장암 전문의들이 췌장암 치료에 대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췌장암은 수술을 해도 평균 생존율이 2년에서 2년 반 정도이고, 또 5년 생존율은 10%선(많게는 15∼20%선)이다.
그런 만큼 되도록 이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는 쪽과 삶의 질을 위해 그래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뉜다.

김 교수는 수술을 하는 것이 삶의 질 차원에서, 또 장기 생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자는 입장이다.
췌장암은 난이도가 높은 암으로 대표된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주위에 중요한 혈관이 많고, 수술시 췌장과 소장을 문합해야 하는데, 이때 잘못되면 위험한 합병증이 생깁니다. 또 췌장두부암으로 췌장십이지장 절제술을 하는 경우 보통 수술시간이 6∼7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인 만큼 췌장전문의가 맡는 것이 좋습니다”
췌장암의 정확한 원인은 없지만 흡연이나 만성췌장염, 췌장암의 가족력을 가진 경우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김 교수가 생각나는 환자 중에는 30대 젊은 부인도 있다. 처음 진단 시 이미 병이 너무 심해 항암 치료와 방사선치료 후 수술 등 적극적으로 치료했으나 늦은 발견으로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 사례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술 후 환자들에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권합니다. 공해라던가 환경적인 문제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키거나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췌장암 등 예후가 불량한 환자를 치료해야하는 경우 의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김 교수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아파트 단지 내 1층에 작은 텃밭을 꾸며 놓고 있다. 이젠 아파트단지 내에서 유명한 야생화 꽃밭이다. 김 교수는 복수초, 노루귀 등을 아침, 저녁으로 돌보며 외과의로써의 스트레스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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