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대책, “대수술 필요한데 진통제 처방만”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정부 쌀수급대책 비판

“대수술이 필요한데, 진통제 처방만 내놨다."

농식품부의 2017년 업무보고와 쌀수급대책을 보고 받은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 부산진갑)의 일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부로부터 2017년 업무계획과 쌀수급안정 대책, AI방역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농식품부는 특히 이날 공개한‘2017 쌀수급 안정 대책’에서 최근 농업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최우선 방안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을 꼽았다. 지자체별로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적을 공공비축미 물량배정이나 농산시책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올 한해 동안 벼 재배면적을 3만5000ha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춘 위원장은 “재배면적 조정으로는 쌀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적어도 쌀생산조정제 등 논농업구조조정 수준의 계획”을 촉구했다.

김영춘 위원장은 성과와 목표가 과대포장됐다고 지적한다. 2017년 감축목표 3만5000ha 중 타박물 재배전환은 2만ha이며, 자연감소분은 1만5000ha로 42.8%를 차지했다. 2016년에도 2만ha 감축 성과 발표 했으나 타작물 재배전환은 1만4000ha에 불과했다. 즉 자연감소분에 의존해서 목표와 성과를 부풀리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지자체 쥐어 짜기식’ 감축이라고 지적한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방안은 공공비축미 물량배정, 농산시책 평가 등 벼재배 면적 감축 실적에 따라 시·도에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김영춘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한 ‘2017년 시·도별 쌀 안정생산 목표 면적’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남 7243㏊, 충남 6191㏊, 전북 5447㏊ 등 시도별로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설정해 놨다.

그런데 목표는 하달됐으나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대책은 없다고 지적한다. 작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농해수위는 벼 재배 면적 3만㏊ 감축을 위한 쌀생산조정예산 900억원을 요구했는데 기획재정부의 완고한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900억원 짜리 사업을 예산 한 푼 확보 없이 5000㏊나 더 많은 목표를 세워 추진한다면 그 부담은 지자체에 넘어갈 우려가 크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김영춘 의원실이 시도에 문의한 바에 의하면 타작물재배전환 기준, 할당량이 가장 큰 전남의 경우 관련 예산을 시·군비 까지 합해서 18억원 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감축 면적도 할당량의 14.8%에 불과한 600ha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충남은 33억원의 예산을 확보, 할당량의 70.5%인 2500ha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벼 재배면적 감축이 쌀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벼 재배면적은 85만3823㏊에서 77만8734ha로 8.8%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 쌀 생산량은 429만5000톤에서 419만7000톤으로 2.3% 감소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오히려 2011년보다 생산량이 많았다. 생산량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방안을 쌀수급 안정의 첫 번째 대책으로 내세우는 농식품부 대책이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단순한 쌀 수급 대책이 아니라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논농업구조조정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논에서 쌀 재배 면적 비율은 90%가 넘는다”며 “쌀생산조정제를 48년 동안 지속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63.5%에 불과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쌀생산조정제가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농해수위가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 의뢰하여 실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0만㏊의 쌀생산조정(벼 재배 면적 감소)에 소요되는 예산안 약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쌀 과잉생산 때문에 발생한 올해 약 2조2000억원, 최근 9년 간 연 평균 7788억원의 재정손실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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