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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빙산 같은 병, 후종인대골화증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김아름 기자ar-ks486@bokuennews.com / 2017.04.19 10:23:59

삶은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여정입니다. 물론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삶에서 위험하지 않은 길로만 간다면 의미가 있을까요?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삶일 텐데요,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가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의학의 도움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각 종 격투기 시합이 많이 생겨 났습니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복싱과 프로레슬링 정도가 우리가 아는 격투기 시합이었습니다. 김일, 홍수환, 유명우 등 우리나라 격투기의 계보는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고, 최근 UFC 등에 신예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눈이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투기, 특히 복싱은 삶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에겐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시리즈가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록키> 이후, 권투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제작자들은 <록키> 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고 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주연 제작한 권투영화<밀리언 달러 베이비> 는 2005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하여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초기에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목은 1센트짜리 물건만 모아놓은 상점에서 백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찾아낸다는 1970년대 미국의 노래가사에서 따온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보물을 얻는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31세 식당 웨이트리스 매기(힐러리 스웽크)는  한 물간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찾아와 권투를 시작하겠고 합니다.  딸과 의절 등, 상처 많은 삶을 살아온 프랭키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매몰차게 대합니다. 그러나 손님들이 먹다 남긴 스테이크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 밤마다 체육관을 찾아와 땀흘리는  매기의 열정에 감복한 프랭키가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됩니다. 승승장구하는 매기는 기어이 최고의 권투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챔피언이 되는 생애 최고의 순간,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매기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넘어지면서 의자에 목을 부딧힌 매기는 경추 손상으로 사지 마비가 발생하게 되고, 인공 호흡기에 의지해 생을 연명하는 처지가 됩니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서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매기, 그녀는 프랭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게되면서 영화는 논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설정된 스토리이지만, 권투 경기 중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 손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더 문제가 되었단 스포츠이지요. 하지만 목에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 사소한 충격으로 매기와 같은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후종인대 골화증’이라고 하는 병입니다.

위 아래 척추 뼈를  연결하고 있는 두 개의 인대가 있습니다. 앞에 있는 것을 전종인대, 뒤에 있는 것을 후종인대라고 하는 데, 문제는 뒤에 있는 후종인대입니다. 후종인대는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 안 쪽에 위치하고, 바로 옆에 척수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으면서 커지면, 인접한 신경을 압박하고 마비시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잘 발생하여 유전적, 인종적 요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이러한 이유로 절을 많이하면 발생하는 것이라는 웃지 못 할 오해가 있기도 했던 병입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서서히 진행되는 병으로 그 크기가 척추관의 2/3 이상 커지는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로 수술 이외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주로 목 뼈, 경추에서 잘 발생하고 남자에서 4:1정도로 잘 발생합니다. 초기 증상은 목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손발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가 치료의 적기입니다. 병이 진행되어 신경의 손상이 영구적이 되면 수술 후에도 증상의 완화가 완벽하지 않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골화된 후종인대를 직접 제거하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신경관을 넓혀 신경을 풀어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증상이 없는 경우라도 후종인대 골화증은 위험합니다. 사소한 충격, 예를 들어 권투경기에서 주먹에 맞아 목이 꺽이거나, 계단에서 굴러 목을 다치는 경우에 후종인대가 신경을 손상시켜 마비를 초래 할 수있고, 사소한 추돌로 인한 교통사고에서도 이러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후종인대 골화증은 타이타닉을 삼킨 빙산처럼 두려운 존재 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경과를 관찰하고, 심해지기 전에 수술치료를 잘하게 되면 예후가 좋은 병이므로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유없이 손발이 저리다면 한 번 정도는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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