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산부인과 의사 금고형 선고에 대해 강력 규탄

“산부인과 의사들 분만 현장 떠난다면 그 책임은 법원이 져야한다” 경고

▲박성민 회장

대구시의사회(회장 박성민)는 21일 자궁내 태아사망을 사유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했다.

지난 7일 인천지방법원은 태아 자궁내 사망을 사유로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에게 금고 8 개월을 선고했다. 총 20시간에 달하는 분만과정 중 산모가 많이 힘들어하여 태아 심박수 모니터링을 하지 못한 1시간 30분 사이에 불행하게도 태아사망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구속사유라고 판결했다.

태아 심박수 감소가 태아 상태의 악화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모니터링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태아가 사망했다는 것이 의사가 감옥까지 가야할 사유라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는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이 판결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태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가정 분만과 자연분만, 그리고 조산원 분만은 모두 과실치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밝혔다.

또 “직업상 수천 명 이상의 분만을 담당하게 되는 산부인과 의사가 모든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분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형사 처분하려면 그 과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야만 한다. 분만 중 언제든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궁내 태아사망을 이유로 태아의 분만을 돕던 의사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교도소에 가둬버린다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떠난다하더라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법원과 우리 사회 전체가 져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사회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매우 낮은 분만수가에도 불구하고 두 생명을 동시에 책임진다는 사명감만으로 건강한 분만을 위해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왔다.”고 밝히고 “그러나 현대 의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까지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천문학적인 배상금액을 처분하는 법원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숭고한 분만의료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성명서는 또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분만의료기관이 폐업을 하며 분만현장을 떠났으며 46개 시군구 지역에서는 산전 건강관리와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어 산모들이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있는 것이 그 증거라며, 잘못된 판결과 제도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번 사례와 같은 비논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판결을 용인한다면 대한민국의 분만의료 인프라는 점진적으로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 사회에 닥쳐 올 비극적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당한 의료행위를 시행한 의사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는 무리수를 둔 법원의 판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이번 판결을 다시 한 번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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