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요 농정 공약인 ‘생산조정제’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됨에도 불구하고 추진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준비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을)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쌀 생산조정제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쌀 생산조정제 도입 세부계획”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생산조정 TF 운영을 통해 의견 수렴 후 계획 마련”이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계획수립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생산조정 TF 회의’는 9월 14일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고, 당시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또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생산조정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은 예정대로라면 8월에 완료했어야 했지만 9월 말인 현재까지도 최종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쌀 생산조정제가 2003~2005년, 2011~2013년 두 차례 시행됐지만 중단된 바 있다”며 “면밀하게 검토해야할 사안이 산적해있는데도 준비가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기존 쌀 재배농가가 타작물로 전환할 경우 단위면적당 일정 수준의 소득차를 보전해주는 사업이다. 시장격리와 같은 사후적인 수급 조절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벼의 재배면적을 감축시키기 때문에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농정분야 핵심 공약에 쌀 생산조정제를 포함시켰다.
우선적으로 생산조정제의 목표는 5만ha의 벼 재배 경지를 타작물 재배로 전환해 쌀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폭락한 쌀값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조사료, 콩 등 국내자급률이 낮은 타작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주요 목표다.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지만, 목표를 달성하기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타작물 재배 가격보장, 농촌고령화 문제 대책 필요
박 의원은 쌀 생산조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타작물의 벼 회귀’문제를 면밀하게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경지면적은 164만 4천ha이다. 이 중 논 면적은 54.5%인 89만 6천ha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논에서 실질적으로 벼를 재배한 경지는 77만 7천ha다. 약 12만ha에 달하는 논에서는 벼가 생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완주 의원은 이 점을 우려했다. 정부가 내년에 5만ha의 벼 재배를 타작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타작물에서 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생산조정제의 주요 목적이 과잉공급 해소를 통한 쌀값 안정인 만큼 벼 회귀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타작물의 수급’문제를 사전에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조정제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자급률이 낮았던 콩, 조사료 등의 타작물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011~2013년에 도입됐던 생산조정제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 이후 콩과 조사료의 자급률은 각각 26.1%에서 35.9%로, 82%에서 85.3%까지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생산량 증가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다. 박 의원은 타작물 재배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판매처 확보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농촌의 고령화’문제를 우려했다. 농촌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농사를 짓는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5세를 넘었다. 농업인이 벼 재배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쉬운 재배 방식’에 있다.
농식품부의 ‘작물별 노동 시간당 소득비교’ 2015년 자료에 따르면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쌀은 참깨의 약 4배, 마늘의 약 2배에 달하는 소득을 얻었다. 타작물로 전환할 경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생산기반시설도 지원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농식품부는 현재 거북이걸음”이라고 지적하고, “쌀값 안정을 위한 핵심 사업이자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인 만큼 농식품부의 속도감 있고 심도 깊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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