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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방향)술, 담배, 여자 그리고 대장암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김아름 기자ar-ks486@bokuennews.com / 2017.12.01 11:21:34

<북촌 방향>은 역시 홍상수 영화입니다. 홍상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스토리나 플롯 등에서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흑백영화이며 리얼리티가 강하지만, 사실은 모호 합니다. 꿈을 꾸는 듯, 판타지적인 요소도 보입니다.

어느 겨울, 영화는 북촌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네 편을 찍고 지방 대학의 교수로 내려간 주인공 성준(유준상)은 오랜만에 서울에 옵니다. 서울에서 영화 평론을 쓰는 선배(김상중)를 만날 예정이지요. 성준은 선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학생도 만나고 옛날 애인도 만납니다. 물론 선배(김상중)를 만나지만 그 선배의 애인과 옛 배우도 같이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옛날 애인을 닮은 술집주인을 만나서 벌어지는 술자리가 반복됩니다.

영화는 따뜻하고 유쾌합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담았습니다. 현실은 우연의 반복이라는 것, 하지만 그 우연 속에는 본인의 의지가 개입된 필연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촌 방향은 여러 갈래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우연이지만 자신의 의지가 우연중의 하나를 결정하는 필연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 <북촌 방향>은 우리의 삶이 반복되지만 모호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우연과 필연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됐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3대 아이콘이 있습니다. 술, 담배, 그리고 여자입니다. 영화 <북촌 방향>역시 이 세 가지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술자리 장면을 계속 보다 보면 관객들도 마치 취하는 것처럼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 <북촌 방향>에서도 홍상수 감독은 ‘영화’라는 술을 관객들에게 자꾸 먹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술을 먹이듯 말이지요. 모호하게 반복되는 흑백 영화를 보며 낄낄 대다보면 마치 술에 취한 듯 우리도 영화에 기분 좋게 취하게 됩니다. 이것이 홍상수 감독 영화의 매력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3대 아이콘에는 관객이 아닌 의사로써 상당히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아시아 1위, 세계 4위라는 충격적인 발표입니다. 문제는 발병률이 점점 증가 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이 대장암에 걸리는 주된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으로 지목됐습니다.

대장암 최악의 조합은 '술자리가 잦고, 담배를 피우며,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부족으로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매우 커진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다섯 가지의 요인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 된 고리라는 것이지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원인은 대장에 발생되는 폴립(용종)입니다. 폴립은 대장 점막에 혹처럼 튀어나온 양성 종양이지만 1~2%는 나중에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반드시 떼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대장 내시경을 통한 조기 검진이 제일 중요한 예방 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내시경상에 폴립이 많이 발견됐거나, 폴립을 제거하고도 비교적 빨리 다른 부위에서 재발 된다면, 대장암 위험 체질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대장 내시경 권장 검사 기간인 5년에 한 번보다 자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대장암이냐구요? 홍상수 감독 영화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술, 담배, 여자가 대장암 원인으로 지목되니 의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술, 담배는 알겠는데 여자가 대장암의 원인이라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홍상수식의 논법으로 말하자면, 성인 남자 술자리의 원인 제공은 여자라는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담배는 빠질 수 없습니다. 여자를 찾기 위해, 여자와의 잠자리를 위해, 남자는 무수한 술자리를 만듭니다. 사실 현실에서도 어색한 남녀 관계의 발전에는 술자리만한 것이 없지요.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 세 가지는 역시 연결된 고리입니다. 그래서 의사로써 영화를 보다 보면 건강상에 심각히 우려되는 바가 큽니다. 

동물 세계에서도 종족의 보존을 위해 수컷의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건강을 희생해가면서 여자에게 다가가는 남자들, 홍상수 감독은 유쾌하게 풀어 내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슬픈 일입니다.

건강한 자리에서 남녀 관계의 발전이 이뤄진다면 더 좋을 텐데요. 건강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영화는 영화로서만 즐기고 현실에서는 건강을 찾는 현명함이 필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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