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피부질환에 심장병·암 사망률도 증가

국민 건강 위협하는 '미세먼지'

요즘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초미세먼지의 평균 농도가 연속 나쁨(36∼75㎍/㎥)의 상태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한 때 매우 나쁨(76㎍/㎥ 이상)을 기록한 곳도 적지 않았다.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생성된 초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중국발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진 탓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과 관련한 연구가 속속 밝혀지면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초미세먼지 입자는 지름 2.5㎛(0.0025㎜) 미만으로 미세먼지의 4분의1, 머리카락 굵기의 3~5%에 불과하다. 자동차·난방·발전 등을 위해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배출된 질소·황산화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 형성된 황산염·질산염과 탄소류·검댕 등이 75%를 차지한다. 카드뮴·납·비소 같은 우해 중금속이 뒤섞여 있어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 내 기관지 및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쉬워 기관지, 폐 등에 붙어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이런 가운데 코를 통해 기도를 거쳐 흡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뒤에도 60%가량 폐에 쌓였고, 배출에는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한 암, 고혈압, 부정맥, 심부전증(동맥경화, 혈전), 장폐색,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스크와 같은 보호막이 없는 눈은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눈에 염증이 생기면 업무 효율이 20%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땐 눈이 따갑고, 시리거나 건조한 증상이 나타나 알레르기 결막염과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물감 때문에 심하게 비빌 경우 각막이 손상돼 각막염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종호 박사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미세먼지 체내분포 영상화 기술로 쥐의 기도와 식도에 각각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투입해 들여다본 결과, 입을 통해 식도로 유입된 것들은 이틀 만에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 오염에 오래 노출되면 모든 종류의 암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 까지 나와 문제가 심각하다.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용제 교수팀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가 각각 10㎍/㎥씩 증가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는 논문을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잡지 11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입자의 지름이 2.5µm이하인 초미세먼지, 10µm 이하인 미세먼지, 그리고 이산화질소가 10µg/m3씩 증가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 또 대기오염 평균 농도, 암의 진행 단계, 포함된 논문의 방법적 질 수준, 조사 대상자의 흡연 상태 등으로 나누어 분석한 세부 연구에서도 장기간의 대기오염 노출에 따른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유의하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폐암 사망률 뿐 아니라, 폐암이 아닌 다른 암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분석이 됐는데, 초미세먼지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신장암, 미세먼지는 췌장암과 후두암의 사망률도 증가시켰다.

대기오염 노출은 말기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 조기 암에서 사망률을 오히려 더 높였다.

김홍배 교수는 "이전에는 초미세먼지가 10단위 증가할수록 폐암의 발생과 사망이 약 9% 증가하는 메타분석 연구 결과만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이 전체 암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첫 연구로서 대기오염 노출이 축적되면 거의 모든 종류의 암 사망 위험성이 높아짐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오염원이 산화 스트레스 반응과 염증반응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우리 몸의 유전자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암 예방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할 국민건강 전체의 위해 요인인 대기오염에 대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를 법상 재난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시적으로 관리해왔지만, 재난으로 지정되면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많아지면서 행정안전부가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포함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 최근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재난상황으로 여기고 경유차 감축, 항만관리 강화 등 평시 추가 감축조치를 확정하는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국무총리 소속의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를 설치하는 등 컨트롤타워를 국무조정실(총리실)에 두기로 했다.

아울러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국민 정보 전달체계인 ‘재난문자’ 송출기준을 개선해 현재 미세먼지 경보단계에서 발송하던 재난문자를 주의보 단계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에도 발송할 수 있도록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을 내년 2월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미세먼지의 주요 유입경로인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이나 비는 직접 맞지 않는 것이 좋다.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KF80 등급 이상의 황사 마스크나 방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 지수(Korea Filter)는 미세먼지를 얼마나 잘 차단해주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차단이 더 잘 된다는 뜻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가정에서 청소를 할 때에도 창문을 닫고, 미세먼지를 걸려주는 헤파(HEPA)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또 실내에서 먼지를 유발할 수 있고 미세먼지가 쉽게 쌓일 수 있는 카펫이나 러그, 침구류 등 섬유재질로 되어 있는 물건들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줘야 한다.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미세먼지 축적을 먹는 것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이나 녹차 등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며 “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나리와 알라신이 함유된 마늘은 체내 중금속 등 각종 독소들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며, 배에 함유된 루테올린 성분은 기관지염, 가래, 기침 완화에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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